청년 김도훈의 '나를 찾는 유럽 순례' - (6) 새로운 나라, 반가운 친구
김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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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5 13:13 | 최종 수정 2021.03.26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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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정들었던 영국을 떠나 새로운 나라 아일랜드로 가는 날이다. 평소에 딱히 가고 싶지도 않았던 나라이자 미지의 세계였던 아일랜드로 내가 가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아일랜드에서 고등학교 친구인 ‘이은우’가 워킹홀리데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은우는 내가 리버풀 vs 맨유 경기에 못 들어가고 패잔병처럼 경기장 밖에서 배회하고 있을 때 그리고 타워브리지에서 백팩을 소매치기를 당했을 때 누구보다 나를 위로해주고 조금만 버티고 아일랜드에만 오면 다 자기가 다 빌려주겠다면서 많은 도움을 주었던 참으로 고마운 친구다.
고마운 친구를 지금 만나러 간다. 은우를 만나러 가기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준비를 하고 공항버스를 타고 게트윅 공항으로 향했다. 그런데 불길하게 또다시 차가 막히기 시작했다. 유럽에서 버스 예정 시간을 절대 믿어선 안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실감한 순간이었는데, 혹여나 늦어서 비행기 못 타면 어떡하나 마음이 조마조마해졌다. 가뜩이나 혼자서 아일랜드로 넘어가는 하나의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이기에 더욱 불안과 걱정이 커져만 갔는데, 걱정과 달리 그리 늦지 않게 공항에 도착하여 부랴부랴 수속을 무사히 마치고 아일랜드로 떠날 수 있었다. 정말 마지막까지 다사다난했던 영국이여 이제 진짜 안녕!
아일랜드로 가는 비행기에서 나 혼자만 아시아인이라 다들 EU존으로 가는데 나만 NON-EU존으로 가는 것도 신선한 경험이었는데, 걱정했던 입국심사를 무사히 통과하고 마침내 도착한 아일랜드. 내가 아일랜드에서 처음 받은 인상은 대체적으로 영국과 비슷한 느낌이면서도 확실히 영국보단 덜 개발된 시골 같다는 점이었다. 그렇지만 나를 반기는 듯한 정겨움을 만끽하면서 또한 나 홀로 런던에서 무사히 더블린으로 넘어왔다는 사실에 스스로 뿌듯함을 느끼면서 공항을 빠져나왔다. 은우가 일 때문에 일정이 안 맞아 공항에 마중을 나오지 못한 것이 한 가지 아쉬운 점이긴 했지만, 혼자서도 잘해요. 은우가 알려준 대로 버스를 타고 공항을 빠져나와 예약했던 호스텔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은우를 만났다. 늘 부산에서만 보다가 이역만리 떨어진 아일랜드에서 다시 만난 너무도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은우가 워킹홀리데이를 떠날 때 유럽에서 다시 보자고 했던 약속, 우리의 상상이 현실이 되었다. 윌터의 상상이 현실이 된 것처럼. 같이 더블린을 돌아다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새로운 문화를 체험하는 의미에서 아일리쉬 전통 음식과 아일랜드 대표 맥주 기네스를 먹으러 갔다. 좋은 친구와 함께 여행 와서 처음으로 정말 편안한 기분을 느낄 정도로 행복한 만찬을 즐겼다. 또한 평소 흑맥주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 본토에서 인생 최고의 기네스는 맛 볼 수 있었다. 그 이후 두 번 다시 이런 맛을 느낄 수 없어 아쉬울 정도로.
이후 펍에서 리버풀vs울버햄튼 축구 경기를 관람했는데, 아일랜드엔 리버풀 팬이 많아서 마치 리버풀 펍에서 경기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즐거운 분위기에서 같이 맥주도 즐기면서 리버풀이 이기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으로 아일랜드에서의 첫날을 만족스럽게 마무리하였다.
그리고 다음 날 은우를 만나 아침을 먹고, 아일랜드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기네스 스토어 하우스를 갔다. 다만 이번에도 일정이 안 맞아 혼자 가야 했다. 하지만 또 혼자서도 잘해요. 홀로 무사히 기네스 투어를 시작했다. 사실 투어에 큰 관심은 없었기에 (사실 설명해줘도 못 알아듣는 게 많았다) 사진만 찍으면서 따라다녔는데, 투어 마지막에 더블린 시내를 바라보며 기네스를 마시는 아일랜드 여행의 하이라이트를 만날 수 있었다. 정말 최고의 순간이었다. 다만 예전에는 기네스를 계속해서 마실 수 있었다던데, 한 잔만 먹을 수 있어서 좀 아쉽긴 했다만 기네스와 함께 더블린 시내 뷰를 바라보며 모든 근심 걱정 없이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었던 잊지 못할 시간을 보냈다.
하이라이트 투어를 마치고 근처 아일랜드 국립 미술관으로 넘어가 미술 작품도 감상하고 펍에서 기네스를 마시면서 시간을 보내다 일 마친 은우를 만나 저녁을 먹었는데, 오늘이 설날이라고 김치볶음밥을 해줬다. 덕분에 감동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던 아일랜드에서의 지난 이틀, 나의 첫 아일랜드를 총평한다면 친구와 기네스 맥주 이것이 전부였다고 할 수 있다. 더블린이 한 나라의 수도임에도 불구 생각보다 너무 뭐가 없고 할 게 없던 도시라 여기서 1년을 지낸 은우에 대한 존경심이 커지기도 했는데, 나는 친구를 잘 둔 덕분에 맘 편하게 아일랜드에 놀러 올 수 있어서 감사한 시간이었다. 여기서 끝나면 섭섭할 테지만, 이제 내일이면 은우와 함께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처음으로 같이 떠나는 해외여행이라 기대가 크다. 앞으론 어떤 일들이 펼쳐지게 될까?
<인문학당 달리 청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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