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김도훈의 '나를 찾는 유럽 순례' - (12) 여행의 진정한 묘미
김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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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0 13:23 | 최종 수정 2021.05.11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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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내일이면 포르투를 떠난다는 생각이 나를 슬프게 한다. 포르투에 온 지 이틀 만에 필자는 포르투 도시의 매력에 흠뻑 빠지고야 말았다. 너무나도 좋아진 포르투에서 보내는 셋째 날이자 온전히 하루를 보낼 수 있는 마지막 날. 오늘은 포르투를 대표하는 명물 중 하나인 클레리구스 교회와 탑 전망대에서 시간을 보낸 후 포르투 와이너리 투어를 할 예정이다.
숙소에서 가볍게 식사와 준비를 마친 후 설레는 마음을 안고 향한 클레리구스 교회는 포르투갈의 바로크 양식을 대표하는 건축물 가운데 하나이다. 교회 옆 ‘클레리구스의 탑(Torre dos Clérigos)’이라고 불리는 교회의 종탑은 도시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다고 한다. 우선 교회로 들어가 내부를 둘러봤다. 바로크 양식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오르간 파이프도 보이고 천사상에 나도 모르게 경건한 마음으로 기도까지 드리게 되었다.
이어 종탑 전망대로 향했다. 필자는 무엇보다 종탑 전망대에서 포르투 시내를 바라보는 것에 대한 기대가 컸었기에 240계단을 뛰다시피 단숨에 올라갔다. 한눈에 내려다본 포르투는 정말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그때 느낀 심경을 어떻게 표현해야 적절한지 모르겠다. 바람이 많이 불었기에 은우와 혜원이는 춥다고 빨리 들어가고 싶어 했지만 나는 추운 것도 모른 채 혼자 남아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정말 황홀했던 순간이었다. 멍하니 도시를 바라보며 그간 아쉬움이나 근심 걱정을 모두 내려놓을 수 있었던, 며칠 전에 갔던 호카곶보다도 더욱 나의 마음을 끌었던 포르투 최고의 명소였다.
클레리구스 종탑 전망대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문득 여행에 대해 그간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이 조금 변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욕심이 많아 유명한 명소는 다 가야 하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항상 여행 가면 바쁘게, 최대한 많이 돌아다니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포르투에 있으면서 내려놓음의 미학이라고 할까? 서두름, 조급함에서 벗어나 여유롭게 찰나의 즐거움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게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이 또한 아름다운 여행이구나!
새로운 깨달음과 함께 클레리구스 교회와 탑 구경을 마친 다음 점심을 먹었는데, 바람을 오래 쐰 탓일까? 은우 몸살이 더 심해졌다. 도저히 와이너리 투어를 할 상태가 아니라고 하여 결국 은우는 숙소로 돌아가서 쉬기로 하고 혜원이와 가게 된 와이너리 투어. 어디서 와이너리 투어를 할지 고심을 거듭하다가 루이스 1세 다리 근처 샌드맨(SANDMAN)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그런데 가장 빠른 투어가 오후 4시30분 시작이라 한 시간가량 여유가 있었다.
혜원이와는 그때 만나기로 하고 나는 음악(베토벤 운명 교향곡)을 들으며 루이스 1세 다리 주변을 걸었다. 위로는 가이아 케이블카가 움직이고 약간의 부슬비가 나의 감성을 더욱 촉촉하게 만들었다. 그러자 문득 지난 2016년 파리에서 바토무슈(파리의 센 강 유람선) 뱃머리에 서서 빅뱅의 라스트 댄스(LAST DANCE) 들었던 순간이 떠올랐다. 정말 행복했던 시간이자 추억으로 남아있는데 그때가 연상되면서, 또한 운명 교향곡의 멜로디가 더해지면서 함께 알 수 없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감성에 젖어 걷다가 합류한 샌드맨 와이너리 투어. 포르투에 가면 와이너리 투어를 한 번쯤 해봐야 한다고 하는데, 대항해 시대 때 긴 항해를 위해 오래 보관할 수 있도록 포도주 안에 브랜디를 넣어서 숙성한 것이 포트 와인의 시작이 되었다고 한다. 40분가량 진행된 투어는 딱히 인상 깊은 게 없었지만, 투어가 끝난 후 3종류의 와인 시음을 통해 인생 와인을 찾을 수 있었다. 바로 달짝지근한 루비 와인이었는데, 평소 카라멜 마끼야또나 에그타르트를 좋아하는 필자의 입맛에 딱 맞는 인생 와인을 맛볼 수 있었던 뜻밖의 소득을 얻었다. 사소하지만 큰 행복을 느끼며 투어를 마친 후 기념으로 루비 와인까지 사고 나와 바로 앞 도우루 강변, 루이스 1세 다리를 다시금 걸으며 포르투에서의 마지막 밤을 즐겼다.
루이스 1세 다리는 볼수록 에펠탑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준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바로 에펠탑을 건축한 것으로 유명한 건축가 구스타프 에펠의 제자 테오필 세이리그(Théophile Seyrig)가 아치를 설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은 너무나 유명한 건축물이지만 1888년에 공사가 끝난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인 형식이었기에 에펠탑과 마찬가지로 다리 역시 흉물이라는 의견도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 아름답고 유명한 다리 앞에서 마지막 기념사진을 찍고 아쉬움을 뒤로한 채 숙소로 돌아갔다.
이제 내일이면 삼총사가 헤어지는 날이자 나 또한 다시 혼자가 되는 날이다! 따라서 오늘이 마지막 만찬이라고 아픈 몸을 이끌고 은우와 혜원이가 나를 위해 저녁을 해주었는데, 요리해주는 모습이 큰 감동과 함께 잊을 수 없는 최고의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덕분에 너무나 감사하게 보낼 수 있었던 포르투에서의 마지막 밤. 삼총사와 함께 여행해서 더욱 좋았던 동시에 새로운 여행의 묘미를 알게 해준 포르투. 감사한 마음와 아쉬운 마음이 상당히 교차하는 밤이다.
<인문학당 달리 청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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