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김도훈의 '나를 찾는 유럽 순례' - (14) 파리의 희비와 마주하다

김도훈 승인 2021.05.23 09:52 | 최종 수정 2021.05.24 09:24 의견 0
14-2) 프랑스 판테온 외부 모습
프랑스 팡테옹 외관 [사진 =김도훈]

2020년 2월 1일. 패션과 미식, 예술과 낭만이 있는 세계 문화의 중심지 파리에서의 생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파리는 필자의 첫 유럽 여행지라 더욱 애착이 가는 도시이자 항상 예술적 소양을 키우고자 하는 필자에게 있어 더없이 좋았던, 좋은 기억으로 가득한 도시이다. 처음엔 소매치기도 많고 무섭다고 하여 걱정을 많이 했지만, 정말 아무 일 없이 무사히 지낼 수 있었기에 오히려 지금은 가장 편안한 도시가 되어버린 반전 매력의 파리.

파리에 왔으면 미술관과 박물관에 가서 다양한 예술을 즐겨야 하는 게 국룰(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정해진 규칙)이지만 이번에 파리에 온 가장 큰 목적은 '산티아고 순례' 준비였다. 따라서 따로 뮤지엄패스 (tip : 파리뮤지엄패스를 구매하면 해당 기간 파리 주요 여행지를 모두 입장할 수 있다)를 구매하지 않고 한인 민박에서 아침을 먹은 다음 데카트론(Decathlon : 스포츠 용품매장)으로 향했다. 옷, 양말, 등산화, 상비약 등 한국에서 기본적으로 챙길 것은 챙겼왔기에 순례길 장비들(배낭, 우비, 침낭 등)을 구매하러 가는 길. 화창한 날씨에 며칠 만에 다시 해를 보게 되어 상당히 기분이 좋았는데, 데카트론에 도착하여 장비를 보자 이제 진짜 산티아고 순례길이 가까워졌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런데 파리에서 사기로만 했을 뿐 장비들을 잘 몰라 무엇을 골라야 할지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오전 내내 영어 되는 직원에게 계속 물어보고 한국에 있는 지인들에게 페이스톡을 하면서 고민을 거듭한 끝에 하나씩 정한 다음, 장비들은 저녁에 다시 와서 모두 사기로 하고 데카트론을 빠져나왔다.

데카트론에서 순례길 우비를 입어보고 있는 필자
데카트론에서 순례길 우비를 입어보고 있는 필자

이후 프랑스 유명 빵집 맛집 PAUL에 가서 가볍게 크로아상과 커피로 점심을 먹었는데, 문득 한국의 빵값은 왜 많이 비싼지 의문이 들었다. 여기선 몇 유로면 정말 크고 맛있는 빵을 먹을 수 있는데, 한국은 빵값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과 필자는 빵을 별로 안 좋아해서 다행이라는 안도와 함께 점심을 먹은 후 이제 프랑스 역사에 이름을 남긴 역대 영웅과 위인들이 묻혀 있는 프랑스 국립묘지 팡테옹으로 향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명소이자 프랑스의 위대한 영웅들과 위인들이 묻혀 있는 장소로 프랑스의 영혼이 담긴 그릇이라고 할 수 있는 팡테옹. 많고 많은 파리의 관광 명소 중에서 필자가 이 판테온을 가기로 결정한 까닭은 무엇보다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무덤이 있기 때문이었다. 지난 영국 런던에서 레미제라블 뮤지컬을 너무나 감명 깊게 보았기 때문일까? 다른 좋은 곳도 많지만, 판테온에 가서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작품 레미제라블을 쓴 작가 빅토르 위고의 무덤을 방문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또한 장 자크 루소, 볼테르 등의 프랑스의 대표적인 사상가들도 만나고 그들의 무덤 앞에서 앞으로 나의 삶의 조그마한 영감을 얻었으면 하는 기대와 함께 향한 팡테옹.

팡테옹 내부 빅토르 위고의 무덤. [사진 = 김도훈]
팡테옹 내부 빅토르 위고의 무덤. [사진 = 김도훈]

표를 산 다음 입장한 팡테옹 내부는 생각보다 엄청 웅장했다. 팡테옹 벽에도 다양한 미술 작품과 거대한 장식화가 전시되어 있어서 천천히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었는데, 여유롭게 팡테옹을 돌아다닌 후 내려간 지하에서 볼테르, 장 자크 루소, 빅토르 위고의 무덤을 차례대로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프랑스의 위대한 인물들이기에 엄청나게 멋있게 장식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달리 그냥 관과 이름만 적혀있을 뿐 생각보다 화려하진 않았다. 그렇지만 알 수 없는 아우라를 느낄 수 있었는데 특히 장 자크 루소와 빅토르 위고의 관을 바라보면서 나름의 의미를 느낄 수 있었던 뜻깊은 순간이었다. 또한 지난번 여행 당시 겉핥기로만 구경했던 아쉬움도 확실히 달랠 수 있어서 뿌듯한 기분으로 팡테옹을 빠져나와 근처 센강 변을 향해 걸어갔다.

10분쯤 걸었을까? 저 멀리서 노트르담 대성당이 보였다. 1163년부터 180여 년에 걸쳐 완성된 프랑스 고딕 건축물의 최고 걸작이라고 할 수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 또한 1804년 나폴레옹 1세가 황제 대관식을 올린 곳이자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의 꼽추 작품으로 더욱 유명해진 노트르담 대성당. 하지만 지난 2016년 12월에 왔을 때와는 모습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지난번에 왔을 땐 노트르담 대성당 바로 앞까지 걸어갈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성당 내부도 들어가고 성당 투어를 통해 옥상에 있는 종까지 볼 수 있었는데, 2019년 4월 15일 화재가 발생했던 비극을 겪은 지금은 성당 근처로 접근조차 할 수 없게 되어있었다.

14-4) 2016년 당시 노트르담 대성당 모습
2016년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로 크게 손상된 2020년 노트르담 대성당 [사진 = 김도훈]

멀리서 기다란 크레인과 함께 사라진 지붕, 불길에 그으려 까매진 유리창을 바라보니 마음이 아파왔는데, 화재 당시 프랑스 사람들은 어떤 심경이었을까? 지난 2008년 숭례문 방화 사건이 발생했을 때가 생각나면서 괜스레 숙연해졌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아무쪼록 빠른 시일내에 노트르담 대성당이 복원되기를 소망해본다!

<인문학당 달리 청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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