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월 25일)은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섬나라에서 대륙으로 떠나는 날!
그동안 홀로 모든 걸 책임지고 감당하느라, 온갖 역경과 풍파를 뚫고 오느라 많이 힘들었던 탓일까? 어느 여행보다 은우와 함께 떠나는 이번 포르투갈 여행에 대한 기대가 컸다. 솔직히 말해서 필자는 계획을 짜고 하는 걸 힘들어하는 즉흥적인 성향의 사람인 반면 은우는 철두철미 계획형 인간이라 내가 계획을 안 짜도 돼서 좋았다. 사실 아일랜드로 넘어 온 순간부터 모든 계획을 은우에게 위임했는데, 아일랜드부터 포르투갈까지 은우가 다 준비해줘서 참 든든하고 고마웠다. 요즘엔 고생 끝에 골병이 온다던데 다행히 나는 고생 끝에 낙이 왔다!
덕분에 홀가분하게 그저 하자는 대로, 가자는 대로 시작된 소위 말하는 무임승차 여행. 다만 아일랜드에서 포르투갈로 타고 넘어가는 비행기가 라이언 에어 항공이란 사실이 계속해서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라이언 에어가 워낙 악명 높은 항공사라 혹시나 하는 생각에 은우랑 같이 공항으로 넘어가는 순간까지도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은우가 알아서 다 준비해줬기에 한결 마음이 편하기도 했지만, 막상 해보니 그간 걱정했던 것이 무색할 만큼 너무도 무난하게 티켓 발권 및 수속을 끝낼 수 있었다. 그동안 들었던 안 좋은 이야기와 달리 엄청 관대하고 친절하게 맞이해줘서 라이언 에어에 대한 이미지가 확 달라지기도 했는데, 무엇보다 나의 자리 배정을 널찍한 비상구 좌석으로 배정해줘서 더욱 기분이 좋게 넘어갈 수 있었던 리스본.
이를 통해 뭐든지 처음 하기 전에는 상당히 불안하고 걱정되지만, 막상 하고 나면 별거 아니다! 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러자 문득 떠오른 처음 유럽 여행을 떠나던 2016년 12월 당시 나의 모습. 이번 여행이 나를 찾기 위해서였다면, 나의 첫 유럽 여행은 지난 2015~2016년 군대 생활을 통해 새로운 경험과 도전에 대한 갈망이 커지면서 떠나게 되었다. 따라서 상당히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 준비를 마칠 수 있었는데, 그 사이 군대도 무사히 전역한 상태로 출국을 앞두고 있었다(필자는 2016년 12월 9일에 전역을 하고 민간인 된 지 6일 뒤에 2016년 12월 15일 첫 해외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전역할 때만 해도 빨리 떠나고 싶었는데, 출국 날짜가 점점 다가올수록 떠난다는 기대는 점점 사라지고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워낙 유럽 소매치기를 비롯한 안 좋은 이야기가 많이 들리고, 무엇보다 새로운 곳에 혼자 떠난다는 생각에 걱정이 계속해서 커져만 갔다. 떠나기 이틀 전(12월 13일) 초조함이 극에 달해 “아 혼자 떠나는 게 진짜 무섭기도 하고 불안한데, 그냥 비행기 취소하고 다음에 갈까?” 혼자 진지하게 이런 생각을 하면서 불안해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되돌리기엔 이미 늦었고, 여기서 취소하고 물러서면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할 거 같아서 에라 모르겠다. 못 먹어도 GO!
두려움과 불안함을 이겨낸 첫 유럽 여행에서 내가 느낀 건 그간 걱정이 기우에 불과했다는 점이었다.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더라! 막상 해보면 정말 별거 아니라는 사실을 몸소 체험하며 첫 유럽 여행을 잘 다녀올 수 있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이처럼 두 번의 값진 경험이 준 교훈: 무언가를 처음 할 때 시도하거나 도전할 때 막연한 불안함, 두려움을 갖게 되지만 막상 하고 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점, 알고 보면 그저 하나의 기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되새기며 리스본으로 넘어가는 길.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그렇다면 나는 두려움에 굴복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항상 두렵겠지만 계속해서 두려움을 뚫고 도전하며 나아갈 준비가 되었는가? 구스타프 말러 1번 교향곡 거인 ‘TITAN’ 4악장 주제처럼 (가혹한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처절한 투쟁을 감행하는 주인공은 굳건한 의지와 신념을 바탕으로 차츰 그것을 극복해나가고 마침내 젊은 날의 위기를 딛고 일어서 희망찬 미래를 향하여 힘차게 나아간다) 나 또한 계속해서 도전하는 삶, 두려움을 뚫고 나아가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언젠간 나 역시도 청춘의 승리를 힘차게 가슴 벅차게 선언하리라~
두려움을 물리치고(?) 도착한 리스본. 기쁘게도 은우가 예약한 에어비앤비에서 픽업이 와 차를 타고 숙소로 넘어갈 수 있었는데, 태양도 따뜻하고 날씨가 너무 좋아 한층 밝아진 기분으로 코메르시우 광장을 비롯한 리스본 거리를 구경했다. 오밀조밀한 골목거리가 부산 골목과 유사한 느낌이 들어 더욱 정겹고 친숙하게 돌아다니다 저녁으로 리스본의 유명한 명소 타임아웃 마켓에서 저녁으로 SUPER BOCK 맥주와 해물 파스타를 먹었는데, 해물로 유명한 포르투갈이어서 그런지 더욱 맛있게,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었다. 여유로운 저녁 시간을 즐긴 다음 숙소로 돌아와 마무리한 리스본에서의 첫날. 사실 리스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왔지만, 도시 자체의 느낌이 너무 좋아 앞으로의 여정이 더욱 기대되었다. 포르투갈은 앞으로 나에게 어떤 추억을 선사해줄까?
<인문학당 달리청년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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