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247) - 솔숲 우거진 시내를 거닐며 대숲 창가에 책을 베개 삼아 누우니 …
허섭
승인
2021.09.03 16:56 | 최종 수정 2021.09.05 11:28
의견
0
247 - 솔숲 우거진 시내를 거닐며 대숲 창가에 책을 베개 삼아 누우니 …
솔숲 우거진 시냇가에 지팡이 짚고 홀로 거닐면
서는 곳마다 구름은 해진 옷자락에 피어나고
대숲 창가에 책을 베개 삼아 높이 누웠나니
때 마침 달빛이 낡은 담요를 비추는도다.
- 松澗(송간) : 소나무 우거진 산골짜기의 시냇물. 澗은 산골짜기의 물.
- 携杖獨行(휴장독행) : 지팡이를 짚고 홀로 걸음. 携는 ‘끌다, 들다, 휴대(携帶)하다’.
- 破衲(파납) : 해진 누더기옷. 衲은 중이 입는 옷. 중이 자신을 낮추는 자칭(自稱)으로는 ‘소승(小僧), 빈도(貧道), 납승(衲僧), 납자(衲子)’ 등이 있다.
- 枕書高臥(침서고와) : 책을 베개 삼아 누워 잠듦. * 高臥는 본래 세속의 번거로움을 버리고 높은 뜻을 지니고 살아가는 ‘탈속(脫俗)의 삶’ 을 의미하지만 여기서는 그저 ‘편안하게 잠을 자는 것’ 을 뜻한다.
- 寒氈(한전) : 낡은 담요. 氈은 모전(毛氈), 즉 털로 짠 양탄자를 말한다.
- 覺時(각시) : 잠에서 깨어난 때에, 즉 깨어나 보니.
※ 이것이야말로 『채근담』의 진면목(眞面目)이다. Simple Life(청빈의 삶) - 이것이 그의 Modus Vivendi(생활의 양식)인 것이다.
이 짧은 문장 속에 저자 홍자성의 생활의 실상이 잘 나타나 있다. 『채근담』 중에는 이렇듯 전고(典故)나 출전(出典)이 없으나 저자 자신의 아포리즘에 가까운 문장들이 간혹 들어가 있다. 나는 이 문장들이야말로 바로 『채근담』의 본령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체험이 곳곳에 묻어나는 이러한 청언(淸言)들이 저자의 처세와 인생관이 가장 잘 드러난 문장들이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