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소설 「신불산」(23) 제1부 떠돌이 기출이 - 제6장 어물장사 4형제 ②모 호방네 소문 

이득수 승인 2022.01.21 14:05 | 최종 수정 2022.01.24 11:31 의견 0
ⓒ서상균

6. 어물장사 4형제 ②모 호방네 소문 

새벽 일찍 아귀를 잡으러 떠난 배들이 종일 허탕을 치다 오후 늦게 뜻밖에도 참가자미를 그물 가득 건져 보리밥풀로 잉어를 낚는 대 횡재, 만선 중의 만선이 터진 날이었다.


포구에 들어오자마자 모든 선원들에게 술이고 밥이고 먹고 싶은 대로 먹어라, 그리고 다음 배가 못 나가는 날에는 크게 추렴이나 한번 하자고 큰 소리를 땅땅 친 텁석부리 선장이 주막집의 문어와 소라를 몽땅 삶게 하고 그 비싼 참가자미를 한 상자나 회를 떠 온 포구가 <까지매기> 회로 넘쳐날 때였다. 선원 모두에게 바가지 째로 선장이 돌리는 탁주에 술기가 얼근해진 기출이는 더 이상 줄이 취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방금 밥은 아귀로 끓인 물꽁국에 밥 한 술을 뜨고 이제 숙소로 가야겠다면서 마지막으로 선장에게 막걸리를 한 잔 올리려고 잔을 들고 다가갈 때였다.

다른 배들 역시 가자미만선이었는지 유유상종(類類相從)으로 선장 서넛이 둘러앉아 술판을 벌일 상석에 막걸리 잔을 올리려는데 마침 점백이라는 이름의 건너편의 선장이 입에 거품을 물며 한창 열을 올리는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어이, 김선장, 박선장, 최선장, 너거 요즘 병영읍에 떠도는 고약한 소문 들어봤나? 병영갑부 고군관집에 사달도, 사달도 보통 사달이 아닌 난리버꾸통이 안 났나?”

“어이, 안선장, 그 군관은 무슨 군관? 고춧가루 서 말을 묵고 사흘 물밑을 기어도 숨소리 한 번 안 낸다는 남해고춧가루보다 더 짜고 인색한 가죽꼴기 고군관말이가? 그냥 허우대 멀쩡하고 인물이 좋아 말이 군관이지 무관시험에 한 번도 응하지 못 한 그냥 한량, 말하자면 백수건달이라 카더라.” 

“에라이, 씨발, 오뉴월 염천에 염병에 걸려 사흘에 피죽 한 사발도 못 마시고 죽을 인종 같으니라고 지 새이 이바구하는데 오뉴월에 다 떨어진 삼베고쟁이에 뭔 대가리 튀어나오듯 괜히 초를 치고 지랄이야. 눈 티, 반티 되기 전에 잔주꼬 듣기나 해! 이 문디자슥아!”

이렇게 왁자지껄 시작된 이야기는 기출이의 혼을 쏙 빼기에 족했다.

그러니까 작년 이맘 때 언양의 알부자 모 호방네 셋 째 딸을 큰 며느리로 보면서 삼산뜰의 논 열두 마지기와 밭 팔백 평을 받은 혼사가 알고 보니 사기결혼이었다는 것이었다.

처음 셋째 딸인 줄 알고 시집온 며느리가 새색시 답지 않게 밤마다 심하게 잠꼬댄지 헛소리를 하는데 그 요지가 대체로 

“아이구, 기출아! 이 봐라, 기출아, 기출아!, 니는 지금 도대체 어데 있노? 내는, 이 끝님이는 언니 대신 어문 데 시집와서 날마다 니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린단다, 아이구, 기출아! 기출아!”

필시 혼인 전에 알고지낸 그 기출이라는 사내, 어쩌면 지금 배속에서 자라는 핏덩이의 아비인 사내가 만약 나타나거나 붙잡히기라도 한다면 연놈이 한 덩어리로 묶이어 단번에 작살이 날 판국이었다는 것이었다.

순간 머리끝이 쭈뼛 선 기출이는 손을 덜덜 떨면서 막걸리를 줄줄 흘리고 있었다. 텁썩부리 선장이 

“야가 와 이라노? 끝출아!”

하며 손을 잡는 순간 그는 또 한 번 흠칫했다. 만약에 혹시나 싶어 끝출이로 변성명하지 않았다면 큰일 날 번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게 이어진 이야기는 아무래도 느낌이 이상한 신랑이 부모에게 이야기를 하고 부모가 사람을 보내 언양장바닥에 수소문을 해보니 모 호방집에 조금 모자라는 외동아들 치만이를 돌보라고 인물 좋고 눈치 빠른 기출이란 아이를 아이보기 비슷하게 두었는데 그 집의 셋째, 넷째 딸과 넷이 늘 어울려 지냈다고 했다. 그런데 넷째 딸 끝님이가 저보다 네 살이나 아래인 기출이를 너무 좋아해 무슨 사달이 났는지 지난 추석 씨름판이 끝난 뒤에 잠시 나타났던 기출이는 행방불명이 되고 셋째 순님이가 시집가기로 한 울산 병영 고군관댁에 막내 끝님이를 속여 보냈다는 것이었다. 

집안이 발칵 뒤집히고 난리가 나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은 사건이 또 있었으니 새신랑이 한 말이 그러고 보니 첫날밤부터 어쩐지 숫처녀는 아닌 것 같은 느낌이었다는 것이었다. 그 위에 더욱 난리가 난 것은 그 난리판에 새 며느리의 배가 점점 불러온다는 점이었다.

낯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더니 그렇게 쉬쉬하던 이야기들이 순식간에 언양과 병영의 두 읍은 물론 언양의 서부 5개면, 울산바닥까지 순식간에 쫘악 퍼지고 나름 양반이라며 세교를 하며 토색질로 떵떵거리던 두 집안에 전쟁이라도 벌어질 판이었다.

병영의 고군관이 언양으로 따지러 간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 무렵 언양에서 먼저 해괴한 변고가 터졌다. 고민으로 전전긍긍하던 모 호방이 측간에서 주당을 맞아죽은 것이었다. 원래 육식을 즐기던 비만체질에다 고민거리가 많아 화가 돋아 죽은 것이었지만 사람들은 모두 지은 죄가 많아 측간귀신에 씌었다고 했다. 무지한 농부들을 속여 재산을 가로채고 부자가 된 데다 딸을 속여 시집을 보낸 작자가 제 스스로 벼락을 맞았다니 참으로 고소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 역시 화불단행, 악운이 하나만 달랑 오는 법이 없어 이번에는 몇 달 뒤에 막내 끝님이라면서 시집간 셋째, 진짜 순님이가 시댁에서 이름을 속이고 사기결혼을 했다면서 핍박을 받아 문설주에 목을 매었다는 것이었다. 그 험한 난리법석 속에서 묵묵부답 하루 세끼를 찾아먹고 뱃속의 아이를 잘 키우던 끝님이도 7개월인가 되는 지난 초여름에 하혈을 하고 죽었다는데 그게 하무래도 신랑의 소행인 것 같다고 의도적으로 배를 찬 것 같다는 소문이 돈다고도 했다.

이야기가 점점 흥이 오르는데 갑자기

“끝출아, 끝출아, 허어, 야가 와 이라노?”

선장의 커다란 고함소리가 이야기를 중단시켰다.

순간 기출이가 술잔을 박살내며 쓰러지고 만 것이었다.  

 

비 묻었네 비 묻었네 
양산 땅에 비 묻었네
그 비가요 비 아니라 
억만 군사의 눈물일세.

이 논바닥 모를 심어
검실검실 영화로다
우리부모 산소 가에 
솔을 심어 영화로다.

서울이라 남기없어 
쇠침바늘로 연목을 걸고
서울이라 흙이 없어 
연지분으로 단장했네.

서울이라 왕대밭에
금 비둘기가 알을 낳네
그 알 한 개 내 줬으면 
금년과거는 내 할 것을.

지나가는 선비님네 
꽃을 보고 그냥 가리
꽃은 보니 곱건만은 
남의 꽃에 손을 대리.

머리 좋고 실한 처녀 
올뽕남게 걸앉았네
올뽕줄뽕 내 따주마 
내 품안에 잠들거라.

 

장터마당에 볕이 조금씩 달고 있었다. 

제 물건 하나를 팔기 위해 겉으로는 이 비위 저 비위를 다 맞추고 굽실거리면서도 속으로는 속일 것 다 속이고 남길 것 다 남기는 장사꾼 똥은 개도 먹지 않는다고 했던가? 또 장사꾼 시샘은 부처님도 돌아눕는다는 처첩(妻妾)간의 씨앗다툼보다도 더 하여 한 푼을 보고 십리를 간다던가?

그러나 장사꾼의 가장 으뜸가는 수단은 눈치일 터, 그 눈치라는 것이 굳이 남의 기분을 살피는 것이 아니라 지그시 눈을 감고 조는 척을 하면서, 사실은 너무 지치거나 심심하고 지겨워 눈을 지그시 감고 조는 척을 하여도 제 물건 앞을 지나가는 발자국소리로 그게 남자인지 여자인지 아이인지 어른인지 다 갈음하고 누가 멀찍이서 자기 물건을 바라보기만 해도 귀신처럼 알아내고 눈빛이 반짝거리는 것이 장사꾼이라든가? 

아직 전을 벌린 지 한 해도 채 되지도 않은 고작 열일곱 살짜리가 저렇게 능청스럽게 장사를 하는 품이 꼭 수십 년 장터골목에 나와 앉은 장돌뱅이와 다름없다며 떡집아낙이 소캐집 사내를 보며 

“집에 조카는 참 대단한 물건이요. 저 희한한 싹수로 보아 후제 도대체 뭐가 될지 궁금하요. 참 대단도 하요.”

칭찬인지 험담인지도 모를 수작을 하는데

“아니, 저 청승맞은 가락 좀 보소. 저 키만 훌쩍한 아이가 벌써부터 실한 처녀를 찾고 난리네. 올뽕줄뽕 다 따주고 지 품에 잠이 들면 우짤기란 말이고? 설마 가만 안고 있겠다는 수작이 아니라면 말이야 풋 총각치고 망측하기도 해라 하하하...”

맞은편 국밥집 아낙도 거들었다.

지그시 눈을 내려 감고 모심기노래를 흥얼거리면서도 지나가는 사람의 발소리나 스쳐가는 눈빛하나도 놓치지 않은 기출이를 보면서 두 아낙의 수작에

“그 풋 총각소리 좀 하지 마소. 나이 열일곱이면 클 대로 다 큰 기라. 거기다 저 멀쩡한 허우대 봄 보소. 저 덩치면 풋 고추가 아니라 총각무시, 아니 팔뚝만큼 질쭉한 왜무시지. 아니 영천대말 그 뭐, 아니 물외 만 할지도 모르지.”

이 서방이 시큰둥하게 받는데

국밥집여편네가 치마에 손을 쓱쓱 문지르며 

“참, 그라고 보니 죽은 호방집 끝님이 하고 소문도 헛소문만은 아잉가베. 이 년 전이면 열다섯인데 올백이 총각이라면 뭐를 못 하겠노. 계집천신을 못 할까, 아아를 못 맹글까?”

“아지매!”

순간 솜집 이서방의 고함소리가 장바닥을 쩡 울리자 두 아낙은 재빨리 고개를 숙이고 땅바닥을 보는 척 했다. 기출이가 힐끗 쳐다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담바귀야 담바귀야 
  동해울산에 담바귀야
  너의 나라 어디길래
  대한나라 나왔느냐
  우리나라도 좋거니와 
  대한나라 유람 올 때 
  담배씨 한 줌 가지고 와서 
  건너 밭에 뿌려놓고
  낮이 되면 물을 주고 
  밤이 되면 이슬 맞아
  한 잎 두 잎 돋아나서 
  속에 속잎 돋아나서...

 

누가 자기 말을 하는 지 입방아를 찧는 지도 모르는 것처럼 무심하게 담바귀타령을 시작했다. 볕이 제법 달아 제법 장꾼들이 몰려나올 시간이건만 소캐전과 목물전, 해물전과 장작 집, 숯 집에 쌀집, 포목 집, 어물전, 육고 간, 술집, 떡집, 성냥간이 들어선 묵은 장인 안 장터는 웬일인지 고요하기만 했다. 또 왜놈들이 들어오면서 성문 밖 미나리꽝을 매우고 새로 닦아 소와 염소와 닭과 돼지를 파는 우시장에 근간 장작과 나무, 시끄러운 대장간을 옮기고 주막과 떡집이 늘어선 새 시장인 바깥장터에만 유독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웅성거리는 소리가 심상찮았다. 장터가 넓고 소 값, 염소값이 비싼 데다 소 장사, 염소 구전꾼이 목소리가 커서 그런지는 몰라도 아무래도 오늘은 뭔가가 좀 심상찮았다. 

떠도는 소문에 한양에서는 벌써 한 달 전에 우리 조선이 왜놈이나 청국, 아라사 같은 외국의 간섭을 받지 않는 독립국이며 우리 조선의 일은 조선사람 들끼리 알아서 한다는 자주국임을 선포하는 만세운동이 벌어져 동학도인 천도교와 야소장이인 천주교와 불교의 숱한 애국지사들이 더러 왜놈순사의 총에 맞아죽거나 칼이나 몽둥이에 다치고 잡혀가서 옥살이를 하는 사람이 부지기수(不知其數)라고 하였다.

거기다 부산의 동래읍과 구포장은 물론 경향각지의 장터가 독립만세로 도가니 속처럼 들끓어 죽고, 다치며 흘린 피가 삼천리강산을 넘쳐흐른다 하니 일찍부터 천주교의 공소가 상북면 길천과 궁근정, 순정마을 또 언양직동과 두서면 선필과 인보에 들어서고 천주교의 성당이 성 밖 화장산의 송대마을에 자리잡은 고을, 저 높은 신불산의 듬직하고 넉넉한 기품에 칼바위의 칼날 같은 강직한 기풍을 가져 81군 경상좌도 어느 고을보다 개화가 빠르고 독립심이 강하다는 이 언양고을에도 뭔가 심상찮은 기운이 떠돌고 있었다. 

 

  은장도라 드는 칼로
  어석어석 잘라내어
  총각삼지 한 삼지요 
  처녀삼지 한 삼지라
  청동화로 백탄숯불 
  이글이글 피워놓고 
  소상반죽 열두 마디
  동래 분죽 잘게 맞춰
  담배한대 피고 나니 
  목구멍에 안개 끼고
  또 한대를 피고 나니
  배꼽 밑에 요분난다... 

ⓒ서상균

이렇게 마수걸이가 늦어서야 오늘 장사는 공을 칠지도 모르겠고 파장머리엔 소캐집아재 말마따나 대구 두 마리쯤 들고 가 한 마리는 돈을 받고 한 마리는 그냥 드려야겠다고 생각하는데 눈치도 못 차리게 다가온 누군가가 그의 발을 툭 쳤다.

“...?”

엉겹결에 눈을 뜬 기출이가 후다닥 일어서며

“새이야, 치만이새이야!” 반색을 하자
“기, 기출이 오, 오랜만이네.”

덩치가 태산 같은 총각이 손을 잡았다.
“그래 우짠 일이고? 마님은 잘 기시고?”
“그래 우리 엄마는 잘 있다. 장사는 잘 되나? 좀 팔았나?”
“응, 차차 팔면 되지.”
“자, 저 대구 한 마리 도고. 우리 엄마가 속이 안 좋아 대구 곤에 무시하고 파를 넣고 시원하게 국을 좀 끓여먹을라 하더라.”
“응.”

건성으로 대답하는 척 하여도 기출이는 절로 한숨이 나왔다. 영감이 쓰러져 죽고 셋째 순님이가 목을 매고 막내 끝님이가 하혈로 죽은 저간의 일로 넋을 잃은 호방댁이 요새는 밥도 통 못 넘기고 밤마다 잠자리에서 헛소리를 하며 진땀을 흘려 명촌에 시집간 큰님이가 종종 제 서방과 함께 내려와 건사한다는 소문은 그도 들었던 것이다. 

어찌 보면 그 모든 불상사가 자신과 끝님이 사이의 어이없는 불장난에서 벌어진 것 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이제 양반상놈도 없는 세상에, 또 끝님이가 그렇게 목을 매는 판이라면 좋다면 좋은 대로 끈을 이어 줄 일이지 그렇게 억지춘향으로 그 알량한 집안체통을 지키려던 조호방의 억지에서 비롯된 것도 같았다. 

그러나 당사자인 끝님이도, 모 호방도 이미 죽어 이렇게 호방네의 집이 난장판이 되고 마님이 중병이 걸린 판국에 오로지 자신만 멀쩡하게 살아 이 장바닥에서 흘깃흘깃 성문아래 호방집의 시꺼먼 기와집만 쳐다보는 것이 아닌가? 생각 같아서는 마님을 찾아가 속죄도 하고 무엇이든 어딘가 조금 모자라는 치만이형 대신 집안의 잔손질이라도 좀 거들련만 그 모든 분란의 장본인인 자신이 얼굴에 인 두껍을 쓰지 않고서야 도무지 할 짓이 아니었던 것이기도 했다.

“많이 팔아라. 나는 간데이.”

빨랫줄에 매달아놓고 겨우내 먹는다며 한 마리를 더 산 치만이가 돌아서더니

“그래 새이야 고맙다.”

넙죽 절을 하는 기출이의 귀에 대고

“니 오늘 낮에 바깥 장 소전껄에서 뭔 일 있을 거 아나? 언양사람들도 독립만세를 한가 카더라. 그런데 석암선생님께서 무슨 일이 있어도 니는 바깥장터에 나오지도 말고 만세도 하지 말라고 전하라 카더라. 니는 핏줄이 너무 뜨거워서 나서기만 하면 큰 탈이 난다 카더라. 혼자된 너거 어무이 서, 서촌댁이하고 집안을 지킬려면 니는 꼭 살아남아야 된다고 절대로, 절대로 나서지 말라 카더라. 알았제?”

“...?”

속삭이고는 휘적휘적 걸어갔다.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린가, 석암선생님께서는 별걱정도 다 하신다 싶으면서도 치만이가 끝내 끝님이, 순님이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 그냥 간 것이 너무나도 고맙고 생강스러웠다.
 ...

 

그랬다. 이대로 언양에 가도 되는가, 혹시 함부로 걸음을 떼어놓았다가는 치만이형이나 언양바닥의 조씨집안 사람들로부터 멍석말이나 몽둥이뜸질은 당하지 않을까 망설이던 기출이가 용기를 내어 언양에 들어온 날이었다.

 

이득수 시인

◇이득수 시인은

▷1970년 동아문학상 소설 당선
▷1994년 『문예시대』 시 당선
▷시집 《끈질긴 사랑의 노래》 《꿈꾸는 율도국》 《비오는 날의 연가》 등
▷포토 에세이집 『달팽이와 부츠』 『꿈꾸는 시인은 죽지 않는다』 등
▷장편소설 「장보고의 바다」(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작)
▷2021년 4월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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