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압서사 스타일의 발효차(醱酵茶·Fermented tea)를 만든다. 흔히 불발효차라고 하는 녹차를 만드는 방법도 사람마다 다르지만, 발효차를 만드는 방법은 어쩌면 더 다양하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발효차 목압서사만의 만들기를 시작한다.
오후에 백경동 ‘차를 사랑하는 사람들’ 차회 회장과 공부하는 공간 ‘학사재’의 허섭 관장께서 찻잎을 정성껏 비볐다. 비비기 하루 전부터 이미 발효차 만들기 작업에 들어간 것이었다. 전날 찻잎을 여러 개의 채반에 쭉 흩어놓고 햇볕에 3, 4시간 두었다. 찻잎이 햇볕의 기운을 받아들이도록 하려는 목적에서다. 그런 다음 채반 채로 찻잎을 아래채 황토방 안에 쭉 놓아두었다. 불을 때지 않았다. 그렇게 하룻밤을 방에서 묵혔다. 찻잎의 숨을 죽이려는 것이다. 두 분이 찻잎을 비빈 것은 그 다음 날이었다.
그렇게 비빈 찻잎을 채반에 담아 바깥에 두었다. 어두워지자 찻잎을 황토방으로 옮겼다. 황토방에는 이미 불을 올려놓은 상태였다. 저녁을 먹고 밤이 되어 황토방으로 들어와 찻잎을 한 번 더 비볐다. 두 번째는 찻잎을 이렇게 비빌 수도 있고, 방에서 발효를 시킨 다음날 비빌 수도 있다. 방에서 두 번째 비비기 전에 다시 낱장의 큰 잎이나 너무 길게 딴 잎 등을 골라낸다. 두 번째 비빌 때는 정말 야무지게 비빈다. 찻잎이 약간 크므로 아무래도 손으로 비비면 유념기로 비비는 것만큼 세게 비벼지지 않기 때문이다. 찻잎은 그 사이에 어느 정도 발효가 돼 있다. 비빌 때 적당히 발효된 찻잎에서 나는 내음이 좋다. 향기롭기도 하거니와 약간의 짚 내음도 나고 묵직한 느낌이다.
2022년 올해 발효차를 만들 때는 짚으로 짠 가마니를 구해 그 속에서 발효를 시키려고 생각했으나 결국 짚가마니를 구하지 못했다. 짚이 발효를 시키는데 도움이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누룩을 짚에 매달아놓아야 발효가 잘 된다. 전라도에서는 홍어를 항아리에 담아 발효를 시킬 때 역시 짚을 깔고 그 위에 홍어를 놓아야 발효가 잘 이뤄진다고 한다.
여하튼 두 번 비빈 후 바닥에 넓은 비닐을 깔고 그 뒤에 광목천을 다시 깐다. 광목천 위에 두 번 비빈 찻잎을 늘어놓는다. 이때는 찻잎을 흩어놓은 게 아니라 좀 두껍게 차곡차곡 재면서 일정한 비율로 놓는다. 그 위에 광목천을 덮는다. 광목천 위에 비닐을 덮어 공기가 통하지 않도록 한다. 그런 후 그 위에 이불을 덮는다. 황토방바닥은 뜨뜻하다. 찻잎을 발효시키는 내음을 진하게 맡으며, 허섭 선생과 필자는 이쪽저쪽으로 누워 하룻밤을 잤다.
다음 날 오후 3시 넘어 이불을 걷어낸 후 비닐과 광목천을 걷었다. 찻잎에서 맛있는 발효 내음이 진하게 났다. 약 30시간 동안 황토방에서 이불을 덮어 발효를 시킨 것이다. 이제 발효 시킨 찻잎을 방바닥에 쭉 늘어 건조를 시킨다. 기능하면 넓게 펴서 깔아놓는다. 물론 방에 불은 그대로 두어 여전히 뜨뜻하다.
허섭 선생이 다른 약속이 있어 오후에 목압서사를 떠나야 했다. 1시간가량 건조 시킨 후 채반 4개에 찻잎을 나눠 담아 마당에 늘어놓았다. 잠깐만이라도 햇볕 발효를 시킬 심산이었다. 그래야만 발효차의 맛이 더 좋아지지만 사람 몸에 좋은 성분도 더 포함된다. 1시간 정도 햇볕 발효를 시킨 후 채반 하나를 차 작업실로 가져갔다.
차솥에 불을 올려 솥에서 완전 건조를 시키기로 했다. 허 선생이 서울로 가시어 드실 발효차를 먼저 완성시켜 드릴 생각이었다. 솥에 불을 너무 약하지 않게 올려 솥이 뜨거운 느낌이 있자 건조시키던 차를 넣었다. 그런 다음 덖듯이, 그리고 ‘시야게(맛내기)’를 하듯 차를 빙빙 돌리면서 한 번씩 뒤집었다. 그렇게 세 시간 가까이 건조 시키면서 차를 조금 꺼내 물을 끓여 우려 맛을 보았다. 약간 신맛이 나면서 단맛도 있고 건조도 적당히 잘 되었다. 차를 솥에서 꺼내 작은 채반에 담아 선풍기를 틀어놓고 1시간가량 차에 든 열기를 뽑아냈다. 그런 다음 방의 차탁으로 돌아와 물을 끓여 다시 발효차 맛을 보았다. 건조 시키면서 차맛을 볼 때보다 약간 묵직한 느낌이 있다.
저녁 무렵 허 선생은 목압서사를 떠났다. 함께 사흘간 찻잎을 따고 차를 만들던 허 선생이 막상 떠나고 나니 서운했다. 서울에 계시니 자주 볼 수가 없다. 황토방에서 찻잎을 하룻밤 더 건조 시켰다.
다음 날 오전에 햇볕이 좋았다. 황토방에서 건조시키던 찻잎을 3개의 채반에 나눠 담아 마당의 담장 위에 내놓았다. 이제 햇볕 건조를 시키려는 것이다. 햇볕을 쬐어야 차에 태양이 주는 좋은 성분이 많이 담긴다. 물론 타지 않게 주의를 요해야 한다. 한 시간 간격으로 계속 뒤집어 주어야 한다. 그런 방식으로 햇볕 건조를 시킨 다음 해거름에 다시 방으로 들여와 방바닥에 쭉 펴 늘어 건조를 시킨다. 같은 방법으로 사흘간 햇볕 발효를 시켰다. 그런데 바람이 불어 담장 위의 채반 하나가 길바닥으로 떨어졌다. 마침 자동차가 지나가면서 떨어진 차를 밟아버렸다. 속이 좀 상했다. 발효차는 이제 채반 2개에 담긴 것뿐이다. 해거름이 되어 역시 방에 늘어놓고 건조를 시켰다.
다음날 오전에 채반 한 개만 마당의 바닥에 놓고 햇볕에 건조를 시켰다. 다른 채반에 담긴 발효차는 포장해 몇 군데에 보낼 생각이었다. 도움을 받은 친구 등에게 보낼 요량이었다. 먼저 물을 우려 차맛을 보았다. 햇볕에 발효시키기 전과는 맛이 달랐다. 맛이 한층 깔끔하면서 마치 햇볕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보내도 욕은 들어먹지 않을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팩에 넣어 통에 담아 우체국으로 가 택배로 발송했다.
하나 남은 채반의 발효차는 같은 방법으로 5일간 햇볕 발효를 시켰다. 물론 차의 건조가 너무 잘 돼 차에 수분 함유량이 거의 없는 느낌이었다. 물을 끓여 맛을 보았다. 사흘 동안 햇볕 발효를 시킨 것보다 맛이 좀 더 심플해진 것 같았다. 마시고 나니 마치 하늘로 날아오를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혼자 웃었다. “아, 신선이 마시면 적당한 차(茶)로다.”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2022년 첫 발효차 만들기는 마침내 완성되었다. 목압서사의 발효차 만들기 프로젝트는 총 일주일이 소요된 것이다.
<역사·고전인문학자, 본지 편집위원 massjo@injuryti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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