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오후 6시 지리산 화개골 목압서사(경남 하동군 화개면 맥전길4, 목압마을) 연빙재에서 시인이자 수필가인 신애리(63) 선생의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경남지역에서 38년간의 초등학교 교직생활을 마치고 화개골 목통마을에 들어와 20년 가까이 생활하고 있는 신 시인이 최근 첫 작품집으로 에세이집 『달빛을 보내주세요』(선우미디어)를 펴낸 것이다. 그는 2006년 『시조월드』를 통해 시조시인으로, 2007년 『아세아문예』를 통해 수필가로 등단하여 한국시조·경남시조·진주시조·어린이시조나라·호음·연대동인 등에서 문단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이번 에세이집에는 ‘오늘의, 그리고 내일의 어머니에게 건네는 희망의 메시지’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그는 교직 생활 중에는 상담교사로 활동을 하기도 했고, 퇴직 후에는 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해 학부모 및 일반 어른들을 위한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다.
작품집은 1~5부로 구성돼 있으며, 수필 57편이 담겨 있다. 서문에서 그는 “글을 쓴다는 것은 푸른 달빛을 빌리는 일이다. 날마다 살아내는 일이 시린 기도이고 보니 나는 늘 달빛의 모성애에 연연했었다‘며, “책 만들기는 어릴 적 할아버지 집 뒤꼍에 있는 오래 묵은 우물을 청소하는 과정과 같다”라고 말했다.
손정란 수필가 겸 평론가는 “끓어 넘치지 않고 바닥이 타지도 않는 알맞은 높이의 눈길과 그 눈길을 따라가는 이야기들을 속질하게 드러내 주는 것, 그만큼 자신이 놓인 삶의 자리를 작품을 읽는 사람에게 내어준다. 늘 휘몰아치던 삶 속에 서 있다가 움직임이 점점 줄어가는 어느 한순간, 시간의 흐름을 견뎌낸 작가는 몰아쳤던 삶을 비로소 돌아본다.”라고 평을 했다.
지리산 화개골짜기 목압마을의 작은 공부 공간인 목압서사에 이날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 출판기념회는 1, 2부로 진행됐다. 1부 행사를 시작하기 전에 율비 김근식 거문고 연주가가 축하 공연을 했다. 1부에서 전 이동배 진주시조시인협회장이 축하인사를 했다. 이어 마산에서 온 이명주 문학박사와 전 최종원 화개면장이 신 시인의 작품을 낭독했다.
2부에서는 사회자가 진행하는 ‘작가와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신 시인은 “이 먼 지리산 화개골까지 축하하러 와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미대와 음대 출신인 딸 둘을 어떤 인연으로 시집보냈다”라고 말했다. 또 “본인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샤먼‘이라며, ”이번 산문집 발간을 기회로 내 목에 가시처럼 걸려 있는 삶의 응어리들을 뱉어낼 수 있어 기쁘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신 시인은 “써놓은 원고가 많아 앞으로 계속해서 책이 나올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 시인의 표현대로 참석한 사람들은 “경향각지에서 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사회자는 경기도 군포에서, 행사 후 참석자들이 먹을 음식을 준비해온 사람은 전남 여수 돌산에서 왔다. 자청해 행사 준비에 도움을 주겠다고 경기도 화성시에서, 남양주 등에서도 왔다. 이날 30여 명이 협소한 목압서사에 모였다. 내부 공간이 좁아 마당에도 의자를 놓고 앉아 축하해주기도 했다.
행사를 간단하게 마치고 참석자들은 주최 측이 준비한 음식으로 저녁을 먹었다. 분위기는 그야말로 잔칫집이었다. 이날 제공된 음식은 모두 맛깔 나는 전라도 요리였다. 여수의 하모회가 듬뿍 나왔고, 홍어삼합, 잡채, 여수 돌산의 갓김치, 녹차떡 등 푸짐했다.
어느 정도 식사를 마치자 최종원 전 화개면장이 차에서 색소폰을 가져와 연주를 했다. 곡목은 ‘봄닐은 간다’와 ‘황성옛터’ 등이었다. 그는 행사를 위해 테이블과 의자들 행사 전날 가져왔다.
재주가 많은 그는 아이들과 함께 『선생님과 함께 가는 시조여행』(2007~2021) 제목의 시조집 14권을 펴냈다. 그리고 교직에 있으면서 30년 동안 아이들에게 농악 등 우리 음악을 가르쳤다.
신 시인은 “지리산에서 20년 살았으니 앞으로는 바닷가에서 20년을 살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그는 멀리서 온 축하객들을 위해 도심마을의 한 펜션을 빌려 숙박하게 하며, 그곳에서 새벽까지 뒤풀이를 했다.
<역사·고전인문학자, 본지 편집위원 massjo@injuryti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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