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일상 속 기획창의학' (110)뜻이 사라진 이상한 표의문자

박기철 승인 2020.05.09 16:52 | 최종 수정 2020.05.09 16:59 의견 0

넷 – 20. 뜻이 사라진 이상한 표의문자

한자는 상나라 시대 거북 등껍질이나 소 넓적다리뼈에 새긴 갑골문(甲骨文)에서 발원했다.
이후 주나라 때 청동기 등에 금문(金文)을 썼다.
춘추전국시대와 진(秦)나라 때 대전(大篆) 소전(小篆)의 전서체로 대나무에 죽간문(竹簡文)을 썼다.
종이가 발명된 한나라 때부터 예서(隸書) 해서(楷書) 행서(行書) 초서(草書) 등의 서체가 나오며 진(晉)나라 당나라 때 글자예술인 서법 서예 서도의 꽃을 피웠다.
유구한 역사를 지닌 한자가 변질된 것은 중화인민공화국이 1964년에 기존 전통의 한자를 번잡한 번체자(煩體字)로 폄하폄훼하며 간체자(簡體字)를 시행하면서부터다.
글씨체가 바뀐 게 아니라 글씨 자체가 바뀌었다.
부수(部首) 등 주요 요소를 생략했다.

박기철 교수

▶사랑 애(愛)는 爱. 뜻인 마음 心이 빠졌는데 사랑일까?
▶의리 의(義)는 义. 뜻인 羊이 빠졌는데 의리일까?
▶친할 친(親)은 亲. 뜻인 見이 빠졌는데 친할까?
▶시골 향(鄕)은 乡. 뜻인 阝가 빠졌는데 시골일까?
간체자 시행을 주도했던 당시 권력자들은 온전한 기획창의가 아니라 파멸적 자폭조작을 한 건 아닐까?
간체자 시행 직후 광기의 파괴적 문화대혁명이 일어난 게 비슷한 맥락인 듯하다.
다시 원래의 한자대로 갈 수 있을까?
요원하다.
베트남처럼 월남(越南)식 쯔놈(字南) 한자를 아예 없애고 알파벳으로 바꾸지 않은 것만도 천만다행이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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