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일상 속 기획창의학' (112)변질된 예술적 능력인 예능

박기철 승인 2020.05.11 19:56 | 최종 수정 2020.05.11 20:02 의견 0
艺로 바뀐 본자 예(藝)
艺로 바뀐 본자 예(藝)

넷 – 22. 변질된 예술적 능력인 예능

중국에서 艺라는 한자가 무슨 한자인지 알 수 없었다.
한국식 한자로 乭(돌) 乽(잘) 㐓(갈) 乷(살) 㐇(굴) 등의 한자라면 풀 초(艹) 밑에 ㄹ 받침 비슷한 을(乙)이 있으니 촐이다.
하지만 중국에서 그런 한자가 쓰일 리 없다.
현지인에게 물으니 예(藝)란다.
황당했다.
예술(藝術)을 艺术이라 쓴다.
미친 듯이 갈겨 쓰는 광초(狂草)서법 글씨보다 알기 힘들다.

박기철 교수

艺의 본자인 藝는 어떻게 만들어진 글자일까?
① 음인 심을 예(蓺) 밑에 뜻인 구름 운(云)이 들어간 형성 한자라는 설, ② 사람이 나무 심는 모습을 그린 상형 한자인 예(埶)에 艹와 云이 더해졌다는 설, ③ 풀(艸)이 있는 언덕(坴)에 구슬(丸)과 구름(云)을 만드는 예(藝)이니 회의 한자라는 설.
하지만 간체자로는 이런 풀이 자체가 아예 불가능하다.
예(art)의 뜻이 실종되었다.
그러니 TV 오락 프로그램을 예능 프로그램이라 해도 아무 문제없다.
예술적 능력인 예능(藝能)이 말을 재미있게 하는 능력으로 변질되며 그게 예능감이란다.
예술적 기획창의는 소용없다.
오락적 유희와 재미만 있으면 된다.
세상이 경박해졌다.
예가 지닌 한자의 의미를 제대로 살린다면 이러지 않을 텐데.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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