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일상 속 기획창의학' (109)달리 일맥상통하는 서로 다른 사상
박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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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08 17:00 | 최종 수정 2020.05.0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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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 – 19. 달리 일맥상통하는 서로 다른 사상
엽서 뒤에 유우예(遊于藝)라는 한문이 적혀 있다.
논어 제7장 술이편 제6절 문구다.
子曰 志於道 據於德 依於仁 游於藝.
도에 뜻을 두며, 덕을 굳게 지키고, 인을 따르며, 예에 노닐어야 한다는 공자님 말씀이다.
논어집주(論語集註)에는 유(遊)가 아니라 유(游), 우(于)가 아니라 어(於)로 쓰여 있다.
글자 모양이 다를 뿐 같은 의미다.
아무튼 이를 보니 내 머릿속 한 편의 파편적 지식인 장자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유무궁(游無窮).
다함이 없는 무궁한 곳에서 노닌다는 뜻이다.
역시 장자 제1장 내편 끝에 있는 문구인 소요(逍遙), 즉 하는 일 없이 빈둥빈둥 노닌다는 뜻과 합쳐져 소요유(逍遙遊)라는 장자의 핵심철학이 파생되었다.
지향하는 바가 전혀 반대인 사상가들이지만 공자님과 장자님 말씀에 서로 달리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을 듯싶었다.
그래서 둘을 연결하여 하나의 같은 듯 다른 뜻으로 합치고 싶었다.
나름의 기획창의다.
서툰 붓을 들어 두 문장을 하나로 이어 그리듯 썼다.
유어예 유무궁!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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