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일상 속 기획창의학' (113)가운데 中에 관한 동서양 차이
박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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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2 16:43 | 최종 수정 2020.05.12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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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 – 23. 가운데 中에 관한 동서양 차이
가운데는 우리말이다.
中을 뜻하는 ‘가온’과 위치를 뜻하는 ‘데’가 합쳐진 낱말같다.
영어로는 ‘mean’이다.
여러 의미가 있다.
평균치, 중간의, 의미하다, 비열한, 나쁜 등…
그 여러 뜻들에 연관성이 없으니 의아하다.
한 한자(漢字)도 여러 뜻들이 있는 경우가 많지만 한 뜻으로부터 파생된 여러 뜻들에는 대개 연관성이 있다.
그런데 mean의 경우에 중간-의미하다-비열한 등의 뜻에는 연관성이 떠오르지 않는다.
가만히 기획창의하며 그 연관성을 생각하니 희미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동양적 사고로 따질 때 중은 불교의 중도(中道)나 유교의 중용(中庸)처럼 치우침 없는 가장 이상적인 좋은 상태다.
그러나 서양적 사고로 따질 때 가운데 중간인 mean은 이 쪽도 아니고 저 쪽도 아니라 어중간하게 도무지 그 속을 종잡을 수 없기에 그 뜻을 파악해야 한다.
여기서 의미하다는 뜻이 파생되었고 그런 의미의 모호함은 자세(stance)가 불량하며 비열한 나쁜 상태다.
‘stuck in the middle’은 이쪽도 저쪽도 아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중간한 나쁜 상태다.
이렇게 연관성을 따지니 동서양 차이가 느껴졌다.
서양학문의 본류인 아리스토텔레스가 언급했던 mesotes는 과잉-결핍이 없는 적절한 상태로 동양사상인 중도 중용과 비슷했다.
그런데 언제부터 가운데 mean이 부정적인 뜻으로 변했는지 그 점이 사뭇 의아해진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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