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일상 속 기획창의학' (304)포근한 풍경이 아닌 생경한 풍경

박기철 승인 2020.11.20 13:08 | 최종 수정 2021.01.14 23:36 의견 0
추수한 이후 충남평야에 있는 공룡알
추수한 이후 충남평야에 있는 공룡알

열 – 31. 포근한 풍경이 아닌 생경한 풍경

예전에는 추수 이후에 남겨진 볏집을 논에 쌓아 두었다.
그런데 2000년대말 이후 볏집을 비닐에 말아 두기 시작했다.
이익을 얻기 위한 누군가의 기획창의에 의하여 추수 이후 논의 풍경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논두렁에 있는 마시멜로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더 정감있는 표현이 있다.
공룡알!
비닐에 말린 볏집뭉치 모양이 동그래서다.
중생대 공룡들은 저렇게 알을 낳았을 것같기도 하다.
공룡알의 정식 명칭은 볏집 원형(圓形) 곤포(梱包) 사일리지(Silage)다.
한글 한자 영어가 뒤섞였다.

저 비닐 안에 저장된 볏집건초가 발효하기에 곤포인 사일리지다.
발효된 볏집 여물은 소의 먹이가 된다.
소 한 마리가 저 500kg에 달하는 공룡알을 일 년에 여덟 개 정도 먹는단다.

박기철 교수

농민들은 저 공룡알을 축산농가 목장에 팔면서 추가 수익을 얻는단다.
꿩먹고 알먹고다.
그런데 여기까지 플라스틱류 비닐이 침투해 있는 모양을 보니 좀 황량해 보인다.
예전의 건초더미처럼 목가(牧歌)적이지 않아 보인다.
아무래도 저기에선 고흐가 그린 ‘정오의 휴식’과 같은 포근한 정겨운 그림이 나오기 힘들 듯하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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