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송원의 ‘천방지축, 세상을 논하다’ (5) 50억 곽상도와 1800배 김기현

조송원 승인 2021.10.10 10:19 | 최종 수정 2021.10.12 15:13 의견 0

근로소득은 살림이 된다. 그러나 불로소득은 무기가 된다. 우리 대부분은 노력의 대가로 돈을 번다. 그 돈으로 자신과 가족을 건사한다. 남은 돈으로 쾌락을 산다. 돈은 쾌락을 사는 수단이다. 사람은 쾌락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동물, 호모 루덴스(Homo Ludens)이다. 때문에 기꺼이 자신의 땀방울 대가인 돈으로 쾌락과 교환한다. 그러나 이 근로소득을 어디에 무엇을 위해 소비하든 선善이다. ‘나의 소비’는 ‘너의 소득’을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유니콘 기업(Unicorn)은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약 1조 원) 이상이고, 창업한 지 10년 이하인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을 말한다. 직방, 두나무, 컬리 등이 이 조건을 만족시키면서 우리나라 올해 유니콘 기업의 수는 15개로 늘어났다. 이 창업자들의 연봉이 100억 원이고, 퇴직금이 1000억 원인들 어떠랴. 재능이건 운이건 노력이건 간에 그들은 자신의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인 근로소득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곽상도 의원의 아들 퇴직금 50억 원은 다른 문제이다. 불로소득인 까닭이다.

시장경제 사회에서 불로소득은 무기가 된다. 기회를 강점, 혹은 강탈하는 무기가 되는 것이다. 목 좋은 곳에 점포가 하나 나왔다. 가격은 당연히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정해진다. 근로소득으로 근근이 모은 돈과 퇴직금으로 5억을 임대료로 제시했다. 벌이가 확실한 점포다. 이것을 통해 노후 문화생활을 영위하려 했다. 한데 느닷없이 불로소득 50억(세후 28억)을 손에 쥔 젊은이가 6억으로 그 점포를 계약해 버렸다. 불로소득은 나에게 직접 사악한 무기 행세를 한 것에 어찌 다름 아니랴.

50억 퇴직금을 수령한 그 젊은이와 비슷한 연배의 근로소득자들도 직접 피해를 입기는 마찬가지이다. 아들딸 능력이 서로 비슷하다면, 50억 퇴직금 자녀들과 근로소득자 자녀들은 이미 경쟁할 수 없는 처지가 된다. 더 고액 과외, 더 좋은 성형수술, 더 나은 영양관리로 퇴직금을 무기화한 자녀들을 무슨 수로 근로소득자 자녀들이 이겨낼 수 있겠는가.

아들이 월급 300만 원 안팎으로 70개월 일하고 50억 원을 받게 한 곽상도 의원에 대해 분노하는 이유이다.

많은 돈은 무기이지만, 더 많은 돈은 권력이 된다. 그만그만한 여남은 시골 친구들끼리 모임을 가진다. 1차비용은 회비로 충당하고, 2차비용은 형편에 따라 돌아가면서 낸다. 이 공평하고 우정 돈독한 모임에 균열이 나기 시작했다. 한 친구가 떼부자가 되어 돈을 무기화한 탓이다. 물려받은 불모의 땅뙈기 옆으로 산업도로가 뚫려 황금 땅의 소유자가 그 주인공이다. 그 친구는 1, 2차비용까지 싹쓸이로 부담하며 모임을 권력부림 대상으로 쥐락펴락하게 된다. 이런 모임은 깨어지기 십상이다. 인간은 ‘자존심의 동물’이 아니던가.

“산업도로를 제 돈으로 닦았나? 우리 세금으로 낸 도로 아니야. 산업도로 덕으로 얻은 이익을 왜 그놈이 독차지해야 하나?” 양식 있는 친구는 일갈한다. 대부분이 동감한다. 그러나 한둘은 떼부자 친구의 꼬봉이 된다.

ⓒ조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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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의원이 임야로 1800배의 시체차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사정인즉슨 1998년 맹지 임야를 3만4920평을 3800만 원에 구입했다. KTX 울산 역세권 연결도로 노선 변경되어, 도로가 이 임야를 관통할 예정이다. 이렇게 도로가 개설되면 주변 시세로 땅값만 640억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불법, 탈법, 위법 등은 다 제쳐두자. 4000만 원짜리 땅이 20여년 후에 1800배가 뛰어 640억 원 금싸라기가 된다면, 어디 정상적인 사회인가? 그리고 생각해 보자. 이게 순수 불로소득이다. 개발 정보를 입수했다면, 이건 감옥감이다. 그게 아니고 그냥 사둔 것이 이렇게 땅값이 올랐다면, 이건 불로소득이다. 이 불로소득의 몫은 누구여야 하는가? 근본 원인은 도로 개설이다. 이 도로는 땅임자가 낸 것이 아니다. 우리 세금이다. 그러면 당연히 그 개발이익은 우리에게 돌아와야지 땅임자에게 돌아가야 하는가.

이건 상식이다. 상식이 최선의 법일 때도 많다. 헌법의 경제조항을 보자.

「헌법 제119조 ➁항」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 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불로소득이나 개발이익은 국가가 환수하여 국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땅임자에게는 그에 걸맞은 이익을 나눠주면 된다. 불로소득과 개발이익 국민환수제는 우리의 상식에 맞다. 더욱이 그 상식을 법의 법인 헌법이 명문화, 언명하고 있다. 왜 시행치 못하는가?

조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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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국회에서 ‘곽상도 50억과 김기현 1800배’에 대해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뇌물, 위법, 탈법, 정보 불법 취득 등등에 대한 갑론을박이 시끄럽다. 좋다. 불의에 분기탱천하여 공격하는 의원들이 가상하고, 불의不義 불감증에 걸린 의원들의 낯 뜨거운 변명이나 덤터기 씌우는 양두구육은 가증스럽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문제, 불로소득 국가 환수 혹은 중과세와 개발이익 전액 국민환수제에 대한 근본대책에 대해서는 논의가 미약하다. 개발이익을 전부 국민에게 돌려주는 제도가 마련되면, ‘화천대유’ 문제든 ‘엘시티’ 문제든 아예 발생할 싹이 없게 된다.

탈법 위법만 떠들면서 근본적인 사회제도를 바꾸려 하지 않는 자들에 분노한다.

<작가,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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