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마 이야기(67) - 애주가 낭만가객이셨던 아버지

소락 승인 2021.03.20 16:02 | 최종 수정 2021.03.22 14:09 의견 0
기분좋게 한 곡조 뽑으시는 아버지
기분좋게 한 곡조 뽑으시는 아버지

엄마 이야기를 하면서 아버지의 술 이야기를 아니 할 수 없다. 아버지는 술을 좋아하신다. 지금도 좋아하시겠지만 이제 건강상 술을 딱 끊으셨다. 아버지는 술을 좋아하시는 애주가이기도 하면서 폭주가이셨다. 한 번 드시면 아주 많이 대취할 때까지 드셨다. 아마도 아버지가 처음 술을 접했을 20대 초반의 힘든 상황이 아버지를 그렇게 끌고 갔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부모를 잃고 딸린 네 동생을 책임지고 살아야 하는데 살 길이 막막했을 것이다. 그래서 아버지는 술을 드시면 불운한 세상에 대해 한탄하며 아프게 통음(痛飮)하셨을 것이다. 5남매 중의 맏이로서 제지할 수 있는 집안 어른도 없었다.

물론 나의 아버지의 어머니와 같이 월남해서 내려온 외삼촌이 두 분 계시고, 이모님도 한 분 계셨지만 이제 장가를 가서 성인이 된 아버지를 뭐라 할 분은 없었다. 아버지는 그렇게 무려 55년 동안 술을 드셨다. 그리고 최근에 딱 끊으셨다. 너무 감사드릴 일이다. 아버지는 술을 드시고 기분좋으시면 이태리 깐초네인‘오 솔레미오’을 화끈하게 부르셨다. ♪오 맑은 햇빛, 너 참 아름답다. 폭풍우 지난 후 너 더욱 찬란해…♬ . 이렇게 부르시는 아버지의 성악 실력은 출중하시다. 단연 낭만가객이시다. 고등학교 때 합창반에서 노래를 불렀던 경험도 있으시다. 이 정도 기분좋게 드시면 좋으시련만 아버지는 술을 꼭 더 드셨다. 자식들을 위해서는 모진 희생을 다 하시는 아버지였지만 술을 많이 드시는 아버지 때문에 우리 가족은 힘들었다. 특히 엄마는 과음하시는 아버지 때문에 평생 괴로웠다. 울 엄마 이야기를 하면서 아버지의 술을 빼놓고는 울 엄마 이야기를 진솔하게 할 수 없을 정도다. 그만큼 엄마는 힘드셨다.

이제 아버지는 그렇게 반백년이 넘도록 엄마를 술 때문에 고생시킨 죄를 뉘우치시며 사죄하듯이 엄마를 극진히 모시고 사신다. 그래서 더욱 엄마 옆에서 엄마를 챙겨 주시며 살고 계시다. 그러한 아버지가 너무도 든든하며 고맙다. 엄마는 아직도 그렇게 평생 엄마를 못살게 한 아버지가 밉다고 하지만 아버지를 사랑하는 깊은 마음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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