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마 이야기(69) - 50대 중반에 친손자를 얻으신 엄마

소락 승인 2021.03.22 16:11 | 최종 수정 2021.03.24 21:03 의견 0
손주 옆에서 활짝 웃고 있는 울엄마
손주 옆에서 활짝 웃고 있는 울엄마

1991년 1월 21일 엄마는 친손자를 안으셨다. 첫째 딸인 누나한테서 외손녀, 외손자도 얻었고, 막내딸인 안나한테서 두 외손자도 얻었고 나한테서 친손녀도 얻었지만 친손자는 처음이고 이후로도 없었다. 나의 아들 주빈이는 엄마에게 유일한 친손자다. 할머니들 입장에서 보면 딸들의 자식인 외손자 외손녀가 며느리가 나은 자식인 친손자 친손녀보다 더 애뜻하다고 한다. 일리있는 말이다. 그래서 봄 햇볕에는 며느리를 내보내고 가을 햇볕에는 딸을 내보낸다는 말이 생겼다. 봄보다 가을 햇볕이 몸에 좋기 때문이다. 파옥초(破屋草)나 정구지(情久持)라고 야릇하게 부르는 부추를 아들보다 사위한테 먹인다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아들의 정력을 좋게 해서 며느리를 즐겁게 하기보다 사위의 정력을 좋게 해서 딸을 즐겁게 하려는 깊고 깊은 영리한 뜻이 담겼다. 그러니 아들이 낳은 손주보다 딸이 낳은 손주가 더 귀엽고 애뜻하고 정이 간다는 말이 괜한 말은 아니다.

그런데도 친손자는 할머니들에게 의미있는 손주다. 우리의 뿌리깊은 전통적 생각에 따르면 대를 잇는 것은 남자이고 결국 아들과 친손자가 남편의 성(姓)을 이어가기 때문이다. 딸은 남의 집에 시집보냈으니 그 집안 사람이 된 것이고, 아들의 아내인 며느리는 우리 집안으로 시집온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생각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생각이고 정말로 유전적 성분을 이어가고 대를 이어가는 것은 여자 쪽일런지 모른다. Family Name인 성(姓)의 부수가 여(女)인 것은 부계사회 이전에 훨씬 더 오래 존속되었을 모계사회의 전통을 뜻하는 듯하다. DNA를 연구하는 생물학자들도 인류 최초의 DNA는 남자보다 여자의 DNA를 물려 받았다고 하는 설도 있다. 그들은 아프리카에서 살았던 최초의 여성 인류인 이브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내세운다. 설명이 괜히 복잡해졌다. 각설하고 아무튼 엄마는 친손자 주빈이를 안고 처녀적 밝게 웃는 모습 그대로 환하게 웃고 계시다. 지금의 내 나이인 50대 중반이신 엄마의 모습이 참으로 행복하게 보인다.

<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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