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마 이야기 (74) - 아들 장래에 관해 염려하셨던 엄마

소락 승인 2021.03.26 17:01 | 최종 수정 2021.03.29 13:28 의견 0
나의 석사 졸업식 직후 찍은 가족사진
나의 석사 졸업식 직후 찍은 가족사진

내가 또 사각모를 썼다. 세 번째다. 신구전문대학 → 중앙대에 이어 연세대 경영대학원에서 사각모를 썼다. 내가 석사학위를 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런데 내 삶에 어떤 우연이 나를 그리 만들었다. 내가 광고회사를 다닐 때 부하직원이 신입사원 공채를 통해 들어왔다.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친구였는데 나보고 갑자기 이런 말을 했다. “부장님, 대학원 진학하시지요.”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부하직원의 권유를 그대로 수용하며 시행했다. 별 생각은 없었다. 그리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일주일에 두 번 야간에 학교를 가는 것이었다. 마케팅을 전공했다. 그 당시 광고회사 기획영업직인 AE(Account Executive)를 하느라 광고주에게 시달린 체험을 살려 <광고주와 대행사의 관계상황이 제작 크리에이티브 성과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학위 논문을 쓰며 졸업했다. 지금 생각하면 철없이 쓴 미성숙 논문이다. 그래도 이렇게 받은 석사학위 덕분에 나는 내 인생의 결정적 전환점에서 박사학위를 위해 직행할 수 있었다.

나의 석사학위 대학원 졸업식에 온 엄마와 아버지의 얼굴이 그리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사실 나도 이 당시 광고회사를 다니며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나와 어울리는 일이 아니었다. 광고회사 AE의 일이라는 게 영업을 하는 일이라 기획력 이전에 친화력을 필요로 하는 일인데 나는 그런데 영 소질이 없었다. 광고회사를 다닌다고 하나 그런 아들의 처지를 어느 정도 눈치채셨기에 아들 장래를 생각하니 기쁜 졸업식에서 엄마의 표정이 마냥 밝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이 졸업식은 아들의 삶에 전환과 변곡의 기회가 되어준 의미있는 행사였다.

아무튼 썩 기분이 흔쾌하지만은 않은 졸업식을 끝냈어도 엄마와 아버지를 모시고 이렇게 근사하게 가족사진도 찍고 부모님 부부사진을 찍어 둔 것이 지금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

<소락>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