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마 이야기 (76) - 희미하게 떠오르는 의미있는 여행

소락 승인 2021.03.30 07:13 | 최종 수정 2021.03.31 08:50 의견 0
형과 아우 내외가 같이 떠난 여행
형과 아우 내외가 같이 떠난 여행

기록(記錄)은 기억(記憶)을 지배한다는 말이 있다. 참 근사한 말이다. 내가 지금 울 엄마 이야기를 쓰면서 기록하는 것도 나중에 엄마에 관한 기억을 하기 위해서다. 글만이 아니라 사진으로 기록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남는 건 사진이라는 말을 하면서 기념(紀念) 사진을 찍는데 아무 생각없이 찍은 기념 사진의 기록이 나중에 소중한 기억을 끄집어내는 귀중한 단서가 되기도 한다.

아버지와 엄마가 작은아버지, 작은엄마와 같이 네 분이 여행을 가셨다. 흔한 일은 아니었기에 아버지는 반드시 이 여행지가 어디였는지 알고 계실 줄 알았다. 하지만 여행간 사실을 망각하고 계셨다. 네 분이 사이좋게 찍은 사진이 있다고 하니 그런 일이 있었냐고 내게 되물으셨다. 이 사진을 보여드리니 과연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는 말이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제주도에 가셨던 기억을 분명하게 떠올리셨다. 엄마가 난생 처음 비행기를 타셨던 것이다. 아버지도 그렇고 작은아버지와 작은엄마도 비행기를 처음 타셨을 것이다. 여행사 패키지가 마련한 일정이 아니라 그냥 네 분이 택시를 빌려 자유롭게 다니셨다고 한다. 이 사진을 엄마에게 보여 드렸더니 여행사 따라다니면 훨씬 편하게 다녀왔을 것이라고 하셨다.

아무튼 두 형제 내외가 다녀온 이 자유여행은 기억 속에 희미해졌어도 기록 속에서 의미있게 남아 있는 재미있는 여행일 것이다. 또 하나의 아래의 사진 역시 아버지 형제 내외가 또 함께 떠난 여행 사진이다. 아버지께 여쭈니 설악산에 갔었을 때라고 한다. 그러니 아버지와 엄마는 작은아버지와 작은엄마와 함께 평생 두 번에 걸쳐 여행을 간 것이다. 두 번이라고 하면 적은 횟수일 수 있으나 형제 내외가 한 번도 여행을 같이 안 간 경우도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엄마와 아버지는 좋은 삶을 사셨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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