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마 이야기 (73) - 엄마 인생에 결정적 영향을 주신 이모

소락 승인 2021.03.26 16:56 | 최종 수정 2021.03.28 00:32 의견 0
큰 언니의 정년 퇴임식날 조카들과 함께
울 엄마 큰 언니(오른쪽)의 정년 퇴임식날 조카들과 함께

엄마의 큰 언니, 나한테 큰 이모네 집은 나 어릴 적 청파동에 있었다. 그 당시 청파동 큰 이모집은 내게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멋지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20여개나 되는 계단을 오르면 복숭아 나무가 마당에 있는 집이었다. ㅁ자 형으로 된 일본식 가옥이었다. 몇 년 전 그 아름다운 집이 그리워 일부러 찾으려 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동네에 모두 다세대 주택이 들어서는 바람에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그 이야기를 이모의 큰 딸인 경님이 누님에게 했더니 아마 계단은 남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무튼 청파동 높은 동네에 있었기에 거실 마당에서는 가까운 남산이 훤하게 보였었다. 집안에 수세식 화장실도 있었고 풍금도 있었다. 이모네 식구랑 꽤 정이 든 젊은 식모도 있었다. 이모와 이모부 두 분 모두 선생님이셨기에 넷이나 되는 아이들을 돌보는 찬모였을 것이다. 모든 점이 내가 살던 집과는 천양지차가 있었다.

이모는 엄마의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신 분이다. 이모가 의정부에서 청파동으로 학교 전근을 와서 엄마가 이모네 집에서 살게 되고 마침 이모네 동네에 살았던 아버지를 운명처럼 숙명처럼 만나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엄마의 삶에 큰 영향을 준 이모님이시다. 동생인 엄마가 아버지와 사귀는 것을 극렬히 반대했던 분이셨다. 그 당시 아버지의 처지가 하도 안되었으니 이모는 그럴 만도 하셨다. 하지만 나는 이모님을 좋게 추억한다. 정이 많은 분이셨다. 우리 집에 오실 때면 초콜렛 등 그 당시 귀하고 맛있는 것을 조카 선물로 사가지고 오시고 또 나를 볼 때면 늘 잘 생겼다고 칭찬하셨었다. 내가 뭐 그리 특별히 잘 생겼겠냐만은 아버지를 만나 고생 많이 했던 여동생의 아들이라 그리 잘 생겼다고 생각하셨을 것이다.

40년 넘게 초등학교 선생님을 하시던 이모님이셨다. 정년퇴임을 하신 날 엄마가 축하하러 가셨다. 울 엄마를 작은 이모라 부르는 조카들도 왔다. 어릴 때부터 늘 품위있는 공주님이라 불렸던 경님이 누나, 경희 누나, 나와 한 살 터울 아래인 효성이다. 막내 조카인 혜림이만 사진에 안보인다. 돌아가신 이모님을 생각하니 울적해진다. 엄마도 큰 언니를 생각하면 역시 그러실 것이다.

<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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