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334) - 낙숫물이 바위를 뚫고, 참외도 익으면 꼭지가 떨어지나니 …

허섭 승인 2021.11.28 20:14 | 최종 수정 2021.12.01 10:24 의견 0
334 제백석(齊白石 1864~1957) 하화도(荷花圖) 182+96 상해박물관
제백석(齊白石, 1864~1957) - 하화도(荷花圖)

334 - 낙숫물이 바위를 뚫고, 참외도 익으면 꼭지가 떨어지나니 …

새끼줄 톱도 나무를 자르고 물방울도 돌을 뚫는다.
도를 닦는 사람은 모름지기 힘써 구하기를 더할 따름이다.

물이 모여 개울을 이루고 참외는 익으면 꼭지가 떨어진다.
도를 깨치려는 이는 오로지 자연의 작용에 맡길지어다. 

  • 繩鋸木斷(승거목단) : 새끼줄로도 나무를 자를 수 있다.  繩은 ‘줄, 노끈, 새끼줄’, 鋸는 ‘톱, 톱질하다, 자르다’.
  • 水滴石穿(수적천석) :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  滴은 ‘물방울’, 穿은 ‘뚫다’.   천착(穿鑿)  * 일반적으로 ‘溜穿石(류천석)’ 이나 ‘落溜穿石(낙류천석)’ 이라는 성어(成語)로 쓴다.
  • 須(수) : 모름지기.
  • 力索(역색) : 힘써 구함.  索은 求(구하다)의 뜻이다. 

 * 索은 세 가지 독음(독음)이 있으니 〔①찾을 색 ②동아줄 삭 ③구할 소〕이다. 삭으로 쓰일 때에는 ‘비다, 공허하다, 흩어지다’ 의 뜻이 있으며 의성어로도 쓰인다. 그런데 ‘찾다’ 와 ‘구하다’ 는 결국 같은 뜻이 아닌가.   색인(索引) 수색(搜索) / 삭막(索莫) 삭삭(索索바삭바삭하는 소리)

  • 水到渠成(수도거성) : 물이 흘러와서 개천이 이루어짐. 학문을 열심히 하면 결국 도를 이루게 된다는 비유이다. 渠는 溝(도랑 구)와 같은 뜻이다. 
  • 瓜熟蒂落(과숙체락) : 참외가 익어 꼭지가 떨어짐.  蒂는 蔕의 속자로, 과일의 꼭지를 뜻하며 사물의 근본(배꼽)에 비유한 것이다.
  • 一任(일임) : 모두 맡김. 여기서 一은 ‘모두, 오로지, 한결같이’ 의 뜻이다.
  • 天機(천기) : 천지 자연의 오묘한 작용.
334 제백석(齊白石 1864~1957) 고하도(枯荷圖) 137.5+47
제백석(齊白石, 1864~1957) - 고하도(枯荷圖)

◈ 『한서(漢書)』 매승전(枚乘傳)에

泰山之霤穿石(태산지류천석) 單極之綆斷幹(단극지경단간). 水非石之鑽(수비석지찬) 索非木之鋸(삭비목지거) 漸靡使之然也(점미사지연야). 

- 태산의 물방울이 돌을 뚫고 단극의 두레막 줄이 난간을 자른다. 물은 돌을 뚫는 끌(송곳)이 아니고 줄은 나무를 자르는 톱이 아니건만, 점차로 끊임없이 하니 그렇게 되는 것이다.

綆 : 두레박 줄 경   鑽 : 끌, 송곳 찬

◈ 범성대(范成大)의 시 -「송유당경호조추제서귀(送劉唐卿戶曹擢第西歸)」에

學問根深方蔕固 (학문근심방체고)  학문은 뿌리가 깊어야 바야흐로 꼭지가 여물고
功名水到自渠成 (공명수도자거성)  공명은 물이 모여 개울을 이루듯 때가 되어야 한다

◈ 이태백(李太白)의 <마저작침(磨杵作針)> 의 고사

당(唐)나라 때 시선(詩仙)으로 불린 이백(李白)은 서역의 무역상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을 촉(蜀)에서 보냈다. 젊은 시절 도교(道敎)에 심취했던 이백은 유협(遊俠)의 무리들과 어울려 쓰촨성(泗川省) 각지의 산을 떠돌기도 하였다.

이 때 학문을 위해 상의산(象宜山)에 들어갔던 이백이 공부에 싫증이 나 산에서 내려와 돌아오는 길에 한 노파가 냇가에서 바위에 도끼를 갈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이상하게 생각한 이백이 물었다. “할머니, 지금 무엇을 하고 계신 것입니까?” “바늘을 만들려고 한단다.”  노파의 대답을 들은 이백이 기가 막혀서 “도끼로 바늘을 만든단 말씀입니까?” 하고 큰 소리로 웃자, 노파는 가만히 이백을 쳐다보며 꾸짖듯 말하였다. 

“얘야, 비웃을 일이 아니다. 중도에 그만두지만 않는다면 언젠가는 이 도끼로 바늘을 만들 수가 있단다.” 이 말을 들은 이백은 크게 깨달은 바 있어 그 후로는 한눈팔지 않고 글공부를 열심히 하였다고 한다. 그가 고금을 통하여 대시인으로 불리게 된 것은 이러한 경험이 계기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마철저이성침(磨鐵杵而成針), 마철저(磨鐵杵), 철저성침(鐵杵成針) 등은 우공이산(愚公移山)이나 수적석천(水滴石穿)과 같은 의미로,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끈기를 가지고 계속 노력하면 마침내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 만해 한용운 선생의 마지막 거처였던 성북동 심우장(尋牛莊)에서 <磨杵絶葦(마저절위)> 라는 휘호(揮毫)를 만났다.

이를 <마저작침(磨杵作針)> 이라는 성어와 논어에 나오는 <위편삼절(韋編三絶)> 의 고사를 합친 글귀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조금은 억지스럽다. 葦는 갈대이고 위편삼절의 韋는 가죽을 말한다. 따라서 磨杵絶葦는 ‘절구공이를 갈아 (만든 그 칼로) 갈대를 베다’ 라고 풀이함이 옳을 듯하다. 다들 알다시피 심우장은 조선총독부를 보기 싫어 북향으로 앉힌 집이다. ‘갈대를 베는’ 행위는 선생의 흔들리지 않는 부동심(不動心)이요, 결연한 의지, 곧 굳은 지조(志操)를 뜻한다.

* 『법구경(法句經)』 애욕품(愛欲品)에 나오는 비유로 보자면, ‘갈대를 베는 행위’ 는 ‘애욕의 뿌리를 제거하는 것’ 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337. 도에 뜻을 두어 행하는 사람은 / 아예 애욕을 일으키지 말라. / 먼저 애욕의 근본을 끊어 / 그 뿌리를 심지 말고, / 저 갈대를 베는 듯이 하여 / 다시 마음을 나게 하지 말라.

- 爲道行者(위도행자) 不與欲會(불여욕회) 先誅愛本(선주애본) 無所植根(무소식근) 勿如刈葦(물여예위) 令心復生(영심복생)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