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 시인의 단시조 산책 (1) - 이달균, 저무는 가내공업 같은 내 영혼의 한 줄 시
이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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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9 21:03 | 최종 수정 2021.10.2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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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유의 정형시 시조를 소개할 지면을 만나 반갑습니다. 일반 독자들이 부담 없이 감상할 수 있는 단시조 작품을 선정하여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현대시조를 이해하고 미학적 접근을 함께하는 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시조 입문자에겐 친근한 길라잡이 역할도 할 수 있길 기대합니다.
우리 고유의 정형시인 시조의 기본은 단시조입니다. 단시조는 평시조라고도 하며 연시조나 사설시조와 달리 한 수로 구성되며 총 45자 내외의 짧은 시입니다. 자유시가 미완의 문학이라면 시조는 초장에서 열고 중장에서 펼쳐 종장에서 닫는 완결을 추구합니다. 45자 내외에 인생의 희노애락을 담아내는 단시조는 사이버 시대에 가장 걸맞는 문학 장르라 생각합니다.
과거 일본에 대한 서양의 관심은 일본의 정형시인 하이쿠에까지 미쳐 많은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하이쿠를 배워 왔습니다. 이제는 우리 시조에 대한 관심이 미국을 중심으로 여러 나라로 퍼지고 있습니다. 17자로 한정된 하이쿠에 비해 시상을 발전시킬 수 있는 충분한 길이를 가졌고 시조만이 지닌 종장의 반전에 매료되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초등학교에선 시조 읽기와 쓰기를 교과 과정으로 채택하고 있고 시조 경연대회에는 일천 명 이상이 참여한다고 합니다. 그중 90%는 한국계가 아니라는군요. 제 나라에서 외면 받는 시조가 외국에서 각광받기 시작한 것입니다.
사족이 길어졌습니다. 앞으로 여러 작가들의 단시조를 소개하면서 이해를 돕는 간단한 해설을 곁들이겠습니다. 첫날은 제가 즐겨 암송하는 이달균 시인의 작품과 저의 졸작으로 문을 열겠습니다. 둘 다 시를 주제로 한 것입니다.
저무는 가내공업 같은 내 영혼의 한 줄 시
이달균
그래도 나는 쓰네 손가락을 구부려
떠나는 노래들을 부르고 불러 모아
저무는 가내공업 같은 내 영혼의 한 줄 시
시
이 광
어두움 지워내고
이제 시가 나를 쓰네
영혼의 다락방에
초 한 자루 타는 밤
찻잔에
나를 따른다
우러나라
우러나라
두 편 다 쉽게 읽히는 작품이다. 전자는 시가 외면 받는 시대에 이를 천직으로 안고 사는 시인의 진술이 담담하여 오히려 먹먹해진다. 초장과 중장은 시조의 전형적인 배행을 따랐고, 종장으로 가며 한 행 띄운 것은 시각적으로 제목과 수미상간의 반복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현대시조에서 이러한 시도는 이 작품이 첫 케이스로 꼽힐 것이다.
후자는 초장과 중장은 전구와 후구를 한 행씩 배치했고, 종장에서는 천구, 후구를 각각 두 행으로 처리하여 창작을 위한 사유의 과정과 시간의 경과를 행간에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이러한 행갈이는 작가의 의도대로 성공할 수도 있겠지만 변형된 행갈이가 독자에게 혼란을 줄 수도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광 시인 : ▷2007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부산시조 작품상, 이호우 시조문학상 신인상, 나래시조문학상 수상 ▷시조집 《소리가 강을 건넌다》, 《바람이 사람 같다》, 현대시조 100인선 《시장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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