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일상 속 기획창의학' (167)신비하며 경외로운 자태와 향기
박기철
승인
2020.07.05 10:29 | 최종 수정 2020.07.07 16:57
의견
0
여섯 – 16. 신비하며 경외로운 자태와 향기
받아들이니 바다, 도니까 돈, 사니까 사람, 옮기니까 옴, 여니까 열이듯이 꼬시니까 꽃이란다.
곤충을 꼬시기에 꽃이라지만 저 순백의 치자꽃은 아름답다 못해 휘황찬란하다.
저 고혹적 자태라면 이 동네 벌과 나비들을 다 꼬시겠다.
나도 저 미모에 꼬이며 글심을 자극받았다.
꽃 향기를 맡으니 코를 떼고 싶지 않았다.
내가 나비나 벌이 되더라도 유독 이 꽃한테 신나게 날아가 킁킁 흠향하고 씩씩 음미하며 쭉쭉 꿀을 빨았을 것이다.
그리하여 생식기관으로서 꽃의 존재목적인 수분(受粉)에 이바지하며, 저 꽃을 피우는 치자나무가 생식(生殖) 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을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이토록 찬란하게 빛나는 아름다운 자태와 진득한 향기를 만들었을까?
아무리 생물학적 지식으로 진화론적 추론과 과학적 분석을 한다고 한들 절대로 그 전모를 제대로 알 수 없다.
인간의 기획창의력이 아무리 도약 향상 발전하더라도 저 꽃에 담긴 분가루 하나 만들 수 없다.
저 빛나는 자태의 존재는 신기를 넘어 신비다.
그 신비의 영역에 나는 경이롭기보다 경외롭게 마주했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