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captain my captain”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참스승 키팅 선생님은 좋은 대학 진학을 목표로 고군분투하는 제자들에게 공부보다 중요한 삶의 의미와 진정한 인생을 살아가는 법을 일깨워 준다. “의학, 법률, 경제, 기술 따위는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해. 하지만 시와 미, 사랑, 낭만은 삶의 목적인 거야.” “타인의 인정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신념의 독특함을 믿어야 한다. 자신만의 걸음으로 자기 길을 가거라. 바보 같은 사람들이 무어라 비웃든 간에.”
삶에서 이와 같은 좋은 스승을 만난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인데 운 좋게도 필자는 키팅 선생님과 같은 분을 만날 수 있었다.
오늘날 취업 텐트로 전락한 대학 현실 속에서 모두가 취업을 향해 달려가더라도 여기에 100% 휩쓸려가지 말고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하셨던 분, 취업 준비는 물론 해야 하지만 취업을 추구하다가 정작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하시면서 진정한 삶과 멋이 무엇인지를 알려주신 경성대 정치외교학과 (지금은 퇴임하신) 권용립 교수님이 그 주인공이다.
정말 경성대 정치외교학과에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만큼 멋진 스승님을 만난 덕분에 필자의 삶을 많이 변화시킬 수 있었는데 한 번뿐인 인생 다른 사람들보다 좀 낫게 살아가기를 바라시며 교수님께서 늘 강조하신 말씀이 바로 “문학책 많이 읽어라” “클래식 음악 들어라” “좋은 미술작품 많이 감상해라” 였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낫게 산다는 것은 절대로 다른 사람들보다 부유하게 산다는 게 아니라 무엇보다 스스로 폼이 나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문학, 미술, 음악 같은 기본적인 소양을 쭉 알아야 한다며 삶을 윤택하게 사는 법과 폭넓게 세상을 보는 법을 알려주신 참스승님이셨다.
필자가 예술에 이렇게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고, 좋아하게 된 까닭도, 지금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순례길을 걷고 있는 것도, 지난 유럽 여행 도중 클래식 공연을 비롯한 각종 문화 공연 관람 및 다양한 미술관을 방문하여 위대한 천재들과 공감하려고 했던 것도 다 내 안에 있던 잠재의식, 지금보다 더욱 멋있게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욕망을 일깨워 주신 권 교수님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미약하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보면 볼수록 알게 모르게 좋아지게 되면서 서서히 삶이 윤택해지는 것을 스스로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오늘 아침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순례길을 걷는 도중 문득 권 교수님이 떠올랐다. 따라서 교수님께서 그간 해주셨던 주옥같은 말씀, 특히 퇴임하실 때 해주신 강연을 되뇌며 걸어갔는데 감탄과 함께 권 교수님을 비롯하여 지금껏 여러 좋은 스승을 만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필자는 행운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스승님을 만나 받은 많은 감명과 소중한 가르침 덕분에 지금의 필자가 형성되었을 뿐 아니라 앞으로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좋은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이를 잘 가꾸며 형성해나가는 것은 이제 온전히 필자의 몫으로 남아있다. 앞으로 남은 삶을 윤택하게 살아가기 위해 문학, 음악, 예술에 조예와 내공을 계속해서 키워나가야지!
오전 시간을 따스한 태양 아래 스승님과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걸을 수 있었다. 이후 그라뇬(Grañòn) 도시를 지날 때 발견한 바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만끽하며 시간을 보내는데 마치 미국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삼총사와 함께 휴식을 취하다 보니 어느덧 오후가 되었다.
오늘은 왠지 시간이 참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았는데 날씨도 오전에는 강렬한 태양 아래 따뜻하더니 오후 들어서 한순간에 흐려지더니 바람이 강하게 불기 시작했다. 평지다 보니 강한 바람이 끊임없이 불어와 본의 아니게 이마를 계속 깐 상태로 걸어가는 진기한 경험을 하기도 하였는데, 당황스러웠지만 신선한 경험을 하며 바람을 뚫고 걸어 오후 4시, 마침내 오늘의 목적지 벨로라도(Belorado)에 도착했다.
오늘은 오랜만에 숙소에 다 같이 모여 저녁으로 바질 파스타 및 각종 음식을 나누어 먹고 맥주파티를 하였다. 새로운 친구들과 케빈 생일날 했던 카드 게임과 새로운 게임을 하면서 피로를 풀었는데 오죽했으면 술이 떨어져 다시 사러 갈 만큼 즐거운 토요일을 즐길 수 있었다.
요즘은 여러 의미와 함께 웃는 일이 많아서 좋다. 오늘은 특히 참스승님과 스승님께 배운 가르침,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걸을 수 있었던 하루였는데 앞으로도 좋은 추억과 함께 의미든 성장이든 끊임없이 이루어나가는 순례길 여정이 펼쳐지면 좋겠다. 오늘 하루도 고생했고 내일도 화이팅!
<인문학당 달리 청년연구원,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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