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일흔 한 살의 동화(童話)」 (1)2021년 새해 첫날 일출에 붙여
말년일기 제1202호(2021.1.1)
이득수
승인
2020.12.31 16:58 | 최종 수정 2021.05.01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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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辛丑)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여러분들, 좋은 꿈 꾸셨는지요? 그리고 몸 아픈 데 없이 기분도 상큼하고 가슴에 희망도 벅차오르시나요?
지구가족 전체가 코로나19의 공포로 하루하루를 전전긍긍하고 경제가 침체되고 취업은커녕 수많은 직장이 하루아침에 문을 닫아 젊은이들이 거리를 내몰린 이 살벌한 시대의 절망, 그리고 아직 언제쯤 이 재앙이 끝나고 가족과 친구와 이웃이 한데 모여 오손도손 정담을 나누고 식사를 할지 어떤 기약도 없는 나라, 백신개발의 희망도 백신의 도입과 접종에 관한 어떤 약속도 할 수 없는 무능한 정부와 위정자들...
그러나 여러분,
지금 이 시기가 한편으로는 불황과 고난의 바닥을 찍고 다시 일어설 절호의 기회, 한 개인은 물론 대한민국의 명운과 삶이 기사회생 역전의 변곡점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굳이 멀리 갈 것도 없이 아이엠에프로 <숨겨진 금모으기>를 하던 그 해 이 저력의 민족은 바로 새로운 도약을 맞이하던 저 1999년의 기억을 되살리면 말입니다.
설날 하루 전의 어제 아침 저는 현직공무원으로 근무할 당시 해가 바뀌어 시무식을 마친 1월 2일, 사무실로 돌아와 직원들과 인사를 하고 따뜻한 커피를 놓고 원탁에 둘러 앉아 저마다 그 해의 새 <행정수첩>에 자기의 소속과 이름을 적고 새해의 주요업무와 각오를 쓰며 분발을 다짐하던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사람의 한 평생이 공도 있고 과도 있고 칭찬도 받고 허물도 생기지만 지금 제가 이렇게 안온한 환경에서 다정한 이웃들에게 글을 쓰는 행복한 노인이 된 것은 공무원으로 재직한 41년의 세월 그렇게 마흔 번 이상 새 행정수첩에 이름을 쓰고 새해의 각오를 쓴 그 결과라 생각합니다. 그렇게도 우리에게 새해라는 시간의 마디와 떠오르는 태양은 소중한 것이며 우리는 모두 나름대로 수십 년, 또는 100년의 가까운 새해의 다짐과 그 결실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꿈에 그리던 고향으로 돌아와 집을 짓고 글을 쓰다 어느 날 문득 간암이라는 도무지 헤어날 수 없는 형극에 빠진 시한부인생인 저는 벌써 그럭저럭 5년을 넘겨 그 사이 다섯 번의 새 달력을 걸었습니다. 한해의 시간이라는 것, 새로운 달력을 펼친다는 일은 나이가 들수록 가슴이 뿌듯하면서도 흘러 보낸 그 무엇인가의 아쉬움에 빠지지만 우리는 그 때마다 새로운 희망으로 일어서는데 불치병으로 시한부의 삶을 산 저는 오직하겠습니까?
그렇지만 저는 투병도 무슨 이력(履歷)이나 계급장(階級章)이 되는 것처럼 포토에세이 1200호가 넘어서는 올해는 좀더 새롭고 의미 갚은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포토일기의 작성을 위해 연말연시의 하루 전날 12월 30일 하루 전 아침에 일찍 일어나 명촌리의 여명과 일출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우짜든동 내년에도 이렇게 새해의 일출을 찍을 명(命)을 달라고 천지신명과 목숨의 신에게 빌고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와 누님들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곤히 잠에 빠진 아내를 보고 고맙고 사랑스런 나의 아내 건강과 날마다 만두를 빚느라 고생하고 머나먼 인도 땅에서 남십자성을 바라보며 향수에 잠길 아들네 가족의 행운을 빌었습니다. 여러분도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한해가 되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저의 포토 에세이가 내년에도 쓰고 읽어주는 한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새해맞이를 위해 특별히 제 서재의 창가에서 본 명촌리의 여명과 일출, 그리고 요 근래 모처럼 추은 겨울을 맞은 이 혹한의 날씨에도 새파랗게 들판을 장식하는 청(靑)보리 밭을 찍었습니다. 여러분, 모두 행복하세요.
◇이득수 시인은
▷1970년 동아문학상 소설 당선
▷1994년 『문예시대』 시 당선
▷시집 《끈질긴 사랑의 노래》 《꿈꾸는 율도국》 《비오는 날의 연가》 등
▷포토 에세이집 『달팽이와 부츠』 『꿈꾸는 시인은 죽지 않는다』 등
▷장편소설 「장보고의 바다」(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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