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송원 칼럼】도널드 트럼프의 폭동 연루와 문재인 자택 주변 ‘욕설 시위’

조송원 기자 승인 2022.06.14 12:44 | 최종 수정 2022.06.17 12:02 의견 0

“트럼프 대통령이 폭도들을 불러 모으고, 그들을 조직하여 국회의사당 공격의 불을 댕겼습니다. 이들은 심각한 선동 음모를 공모했습니다. 이는 우리 법상 미국 정부를 힘으로 전복하고 타도하고 파괴하려는 시도로 정의합니다.”

리즈 체니 하원의원(공화)은 하원의 ‘1월6일위원회’의 보고서 내용을 위와 같이 요약했다.

“5년이나 10년 후에,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때, 그들은 우리의 보고서를 배울 것입니다. 그들은 음모에 대해 배우지 않을 것입니다.”

이 위원회의 또 다른 공화당 의원인 아담 킨징거는 이 보고서에 대해 이같이 역사적 의미를 부여했다.

2021년 1월 6일 미국에서 후진 독재국가에서나 일어날 법한 ‘국회의사당 습격 사건’이 벌어졌다. 제46대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인증하기 위한 ‘117차 미국 의회’ 당일, 트럼프 지지자들이 선거 결과 인증을 저지하고, 패배를 번복하기 위해 국회의사당에 난입하여 폭력을 행사하는 등의 폭동을 일으킨 것이다.

폭도들은 모의 교수대를 세워들고, “마이크 펜스의 목을 매달아라” 고도 외쳐댔다. 의원들은 지하 안전처로 피신했다. 이 폭동으로 경찰관 5명을 포함해 9명이 사망했다.

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하원에서 ‘1월6일위원회’를 구성했고, 지난 11개월간의 조사 내용을 6월 9일에 발표했다.

트럼프는 워싱턴 D.C.의 한 집회에서 폭도들에게 국회의사당에 가서 “필사적으로 싸워라” 고 지시했다. 그래서 국회의사당에 난입한 폭도 대부분은 자신들은 트럼프가 보내서 왔다고 난입 이유를 설명했다. 트럼프가 회원들에게 “대기하라”고 지시한 후, 극우 민병대 단체인 <프라우드 보이즈 Proud Boys>의 신입회원이 세 배나 불어났다. 이 단체가 국회의사당 습격사건을 이끌었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미국 국회의사당 습격 사건의 한 장면 [위키피디아]

사건이 발생하자 트럼프는 앉아서 구경만 했다. 폭도들에게 국회의사당을 떠나라고 말하는 것을 거부했다. 국회의사당을 지키라고 어떤 정부 기관에도 전화를 걸지 않았다. 국방부에 전화하지 않았고, 국방부 장관과 국토안보부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날 국가방위군을 배치하라는 명령도 내리지 않았다. 트럼프는 법 집행 기관들이 서로 협력하여 배치할 수 있도록 법무부와 상의하는 어떤 노력을 하지 않았다.

대통령인 트럼프가 해야 할 이 모든 일을 부통령인 마이크 펜스가 했다. 그래서 폭도들은 마이크 펜스를 교수대에 목을 매달겠다, 고 위협한 것이다. 이 폭동을 텔레비전으로 보면서 트럼프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 지지자들이 옳은 생각을 하는구먼. 마이크 펜스는 저런 말(‘목을 매달아라’)을 들어도 싸.”

1월6일위원회는 국회의사당 습격 사건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루되었음을 확실히 밝혔다. 이 사건은 단순한 폭동을 넘어, 투표 결과를 뒤집으려는 민주주의 파괴행위이다. 민주주의에 기반한 미국이라는 국가에 대한 반역행위인 것이다. 폭도들은 반당反黨이고, 트럼프는 반역의 수괴 내지 배후 조종자이다.

한데도 이 끔찍한 사건에 대해서도 미국의 국론은 분열되어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을 정도라고 《이코노미트》(2022년 6월 10자)는 논평한다.

보수 논객들은 이 사건을 당파적인 마녀사냥이라고 가볍게 무시한다. 오는 11월 하원 중간선거에 공화당이 다수당이 될 전망이다. 그러면 이 사건을 묻힐 것이라고 본다. 공화당원의 대부분은 선거를 도둑질 당했다는 트럼프의 거짓말을 믿고 있다. 그리고 이 습격 사건에 대해 트럼프는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보수 매체인 《폭스 뉴스》는 하원 청문회를 중계방송도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1월6일위원회가 아무리 진실을 발견해 보고서를 발표해도, 골수 공화당원에게 진실을 알게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정말 ‘탈진실’(post-truth) 시대인가! 사람은 ‘믿고 싶은 것’만을, ‘보고 싶은 것’만을 믿고, 본다. 이 무지의 근원인 ‘확증편향’이 민주주의란 가면을 쓰고 활개 치는 세상이다. 과연 민주주의가 역사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진실은 아무런 힘이 없는 것일까?

그러나 진실의 기록이 가진 힘은 세다. 1월6일위원회의 보고서는 이 반역적인 국회의사당 습격 사건의 완전하고 냉정한 기록이다. 트럼프 우파의 계속되는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의 기록이다. 지금 당장이야 이 기록으로 유권자들의 투표향방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래 세대에게는 다르다. 이 위원회의 공화당 의원이며, 서두에서 이 보고서의 내용을 요약해 발표한 리즈 체니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오늘 저녁, 지킬 수 없는 것을 지키고 있는 공화당 동료 의원들에게 말합니다. 트럼프가 사라지는 날이 언젠가는 올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들의 불명예는 그대로 남아 있을 겁니다.”

한 학생이 비행非行을 저질렀다. 그 비행의 피해자와 학부모가 교장을 찾아가 그 일을 논의했다. 그러자 교장 왈, “학교에는 교칙이 있습니다. 교칙대로 처리하면 됩니다.”

양산 문재인 전 대통령 자택 주변에서 벌어지는 극우 단체의 “욕설 시위”와 관련, 윤 대통령은 “대통령 집무실 시위도 허가되는 판이니까 법에 따라서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누군가는 말한다. “법 좋아하시네!” 대통령 임기는 5년이다. 오늘도 하루가 간다.

<작가/본지 편집위원, ouasaint@injuryti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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