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일상 속 기획창의학' (324)외지인들이 알 수 없는 슬로건
박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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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2 11:22 | 최종 수정 2021.01.14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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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나 – 20. 외지인들이 알 수 없는 슬로건
옥천(沃川) 버스정류장에 걸린 옥천의 슬로건을 보니 포도의 고장 옥천이다.
과장되지 않은 담백한 슬로건이 맘에 들었다.
그런데 슬로건이 또 있었다.
대한민국의 중심 옥천도, 향수의 고장 옥천도 있었다.
택시에는 향수 옥천이라고 되어 있었다.
옥천에서 나는 향기로운 꽃으로 향수(香水)를 잘 만드는 곳이라 향수 옥천이라고 할까?
궁금해서 택시 기사님께 여쭈었다.
향수 온천이 무슨 뜻이지요?
돌아온 답변은 예상 외였다.
향수(鄕愁)라는 시를 쓴 옥천 출신 시인 정지용의 이름을 따서 향수 옥천이란다.
♪너얼븐 동쪽 끝으로~♬ 이렇게 시작하는 노래 ‘향수’의 가사를 쓴 시인의 고향이 옥천이었다.
터미널에서 2km인 오리(五里) 거리에 정지용 시인의 생가도 있고, 육영수 여사의 생가도 있단다.
그렇다고 향수 옥천이라는 슬로건은 과장되진 않았지만 과도한 기획창의의 결과같다.
옥천 사람들이야 향수 옥천을 다 알겠지만 외지인들한테는 처음에 도무지 모를 슬로건이다.
설명없이 그냥 씸플하게 이해되어야 슬로건다울 텐데.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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