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삶의 반음 미학' - (41) 완전히 끝나지 않도록 하는 해결
박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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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11 15:47 | 최종 수정 2021.03.1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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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감상자는 Ⅴ7에 해당하는 G7 코드의 음이 나오면 ⅠM7에 해당하는 CM7 코드의 음을 듣고 싶어한다. 그래야만 불안이 해소되며 안정을 느끼기 때문이다. 음악이 끝날 때 이렇게 되는 도미넌트 모션이 정격종지, 또는 완전해결이다.
그런데 중간에 이렇게 끝나버리면 안정된 기분은 들지만 너무 완전하게 끝나버린 것이므로 밋밋하며 심심하다. 그래서 ⅠM7로 끝나지 않고 ⅠM7의 코드톤과 세 개나 같은 음을 쓰는 대리 코드인 Ⅲm7, 또는 Ⅵm7으로 간다. 그러면 음악이 끝난 것 같기도 하면서 아닌 것 같게도 들린다. 즉 G7 다음에 메이저 코드인 CM7이 아니라 3도음이 반음 낮은 마이너 코드인 Em7, 또는 Am7으로 가면 완전한 종지감이 들지 않고 마이너한 느낌으로 이어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마치 말이 끝나는 듯하다가 ‘그런데’ 하면서 이어지는 말을 계속 듣는 것과 같다.
이렇게 하는 것을 위장해결(Deceptive Resolution), 또는 허위종지(Deceptive Cadence)라 한다. 이 거짓은 시커먼, 새빨간 거짓이 아니라 음악을 더욱 생기있게 재미있게 하는 선량한 거짓이다. 이를테면 하얀 거짓이라 해도 말이 되겠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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