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삶의 반음 미학' - (71) 반음이 만드는 묘한 트리스탄 코드
박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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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4 10:04 | 최종 수정 2021.04.14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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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너(Richard Wagner 1813~1888)는 인간말종 잡놈 탕아라고까지 불린다. 하지만 그의 음악은 위대하다. 이 음악천재가 창시한 총체예술인 악극(Musikdrama)은 기존의 오페라를 능가했다.
그는 화성학적 실험에도 가히 혁명적이었다. 그 예가 트리스탄 코드다. ‘트리스탄과 이졸데’ 서곡에서 선보인 괴상요상한 코드다. A 단조 음악에서 Ⅵ에 해당하는 다이아토닉 코드는 FM7이다. 그 구성음은 파-라-도-미다. 그런데 곡의 도입부부터 그런 뻔한 식의 정형적 화음을 깨며 파-시-레#-솔#의 화음을 들려준다. 그 소리는 왠지 답답하면서도 안에서 뭔가 끌어 당겨 오르는 듯하다. 반음의 차이가 빚어내는 불협화음의 마술이다.
이 코드 구성음 배열을 달리하면 Fm7(♭5)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곡의 수평적 전개에 어울리지 않기에 그리 부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다른 이름을 붙이기도 난해하여 그냥 트리스탄 코드라 부른다. 이런 코드를 만든 바그너는 반음의 위력과 묘미를 알았던 야심적 음악가였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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