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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물리
김광석 교수의 감성물리 (37) 노마디즘과 국소화
피 끓는 청춘 시절에는 다들 집을 떠나 어디든 가고 싶다. 아득한 지평선이나 험준한 산맥을 마주할수록 떠나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해지고, 한곳에 오래 머물기보다 어디든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고 싶은 가슴 속 바람을 지닌 이들도 있다. 동네 어르신들은 그런 것을 역마살이라고 불렀다. 아마도 오래전 인류의 조상들도 막연한
김광석
2022.06.12 16:14
우주·물리
김광석 교수의 감성물리 (36) 양자 자살
프랑스에서 살던 시골 마을에는 미용실 겸 이발소가 한 군데밖에 없었다. 솜씨도 별로 좋지 못하면서 가격은 터무니없이 비싸서 돈도 아낄 겸 아내가 집에서 바리캉으로 내 머리를 깎아 줬다. 햇살이 따갑게 내리쬐는 초여름 어느 날에 나는 웃통을 벗고 마트 비닐 봉지를 덮어쓴 채 발코니 의자에 앉았다. 아내가 내 머리 위에서 요
김광석
2022.06.05 08:52
우주·물리
김광석 교수의 감성물리 (35) 뒤늦은 양자선택
하나의 길을 선택하면 다른 길은 갈 수가 없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해 선택한 길이지만 막상 그 길에서 마주해야 하는 것은 기대와 다른 실망스러운 경우가 종종 있다. 지금의 현실이 외면하고 싶을 만큼 너무 힘이 드는 경우, 마음은 급기야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가려고 한다. 지난 선택의 순간으로 돌아가 그때의 선택을 바꾸는
김광석
2022.05.29 11:04
우주·물리
김광석 교수의 감성물리 (34) 레이저
학생들이나 일반인들에게 레이저는 기계나 기술적 느낌이 강해서 장치 경험 없이 이론 설명만으로는 원리에 대한 감을 잡지 못하고 어려워한다. 그래서 수업 시간에 술 마시는 비유로 레이저의 원리를 설명해 준 적이 있었다.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의 에너지 준위는 양자역학의 결과로 드문드문하게 떨어져 있다. 그래서 낮은 에너지에서
김광석
2022.05.22 21:05
우주·물리
김광석 교수의 감성물리 (33) 볼츠만 두뇌
통계역학은 엔트로피를 ‘경우의 수’와 연결 짓는다. 그러므로 고립된 시스템의 엔트로피 값은 그대로 유지되거나 증가하기만 할 뿐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는 열역학 제2법칙을 통계적 관점에서 이해해 보면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의 사건들이 일어나는 이유는 단지 다른 사건들에 비해 경우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김광석
2022.05.15 11:08
우주·물리
김광석 교수의 감성물리 (32) 실패의 고백
특수상대성이론은 전자기학과 고전역학의 새로운 융합이다. 전자기파동이 곧 빛이므로 광학에 해당되기도 한다. 실제 광학은 전자기학 및 진동과 파동의 고전역학 내용을 모두 담고 있으며 특수상대성이론을 실험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주었다. 빛의 매질인 '에테르'에 대한 19세기의 중요한 연구는 광학 교과서에서 자주 이름을 볼 수
김광석
2022.05.08 10:38
우주·물리
김광석 교수의 감성물리 (31) 시조로 풀어보는 특수상대성이론
자석옆에 당기는힘 자기력이 무엇일까마법같은 돌멩이가 신기하고 신기한데 전기통한 도선옆에 나침반이 돌아가네 도선속에 전자들이 달려가는 전류인데 난데없는 자기력이 이상하고 신기하다 전자들은 전기장을 만들기만 한다던데 움직이는 전자들이 자기장을 만들었네 전류속력 비슷하게 달려보면 어찌되나 나침반을 손에쥐고 전류속력 내어보세 자
김광석
2022.05.01 09:52
우주·물리
김광석 교수의 감성물리 (30) 에테르를 찾아서
맥스웰(James Clerk Maxwell)은 전기와 자기 현상을 대표하는 4개의 식을 모두 결합할 경우 전기장과 자기장이 파동의 형태로 존재할 수 있음을 이론적으로 알아냈다. 이후 헤르츠(Heinrich Rudolf)는 이 전자기파동의 존재를 실험적으로 입증하는 장치를 만들었다. 주파수의 단위 헤르츠(Hz)는 그의 이름
김광석
2022.04.24 09:53
우주·물리
김광석 교수의 감성물리 (29) 불변성
오래전 딸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닐 무렵, 아이는 게임 장면들을 스케치한 종이들을 바닥에 한 장씩 늘어놓으며 자랑을 했다. 아이는 아마도 타블렛 프레임 속의 배경이 바뀔 때마다 변하는 게임 배경들을 영화의 장면처럼 구분해서 기억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를테면 아이에게 각각 스케치한 그림은 다른 세상이었던 셈이다. 어른이 되어
김광석
2022.04.17 21:35
우주·물리
김광석 교수의 감성물리 (28) 굴절
국문과 교수님 한 분이 ‘굴절’을 설명해 달라고 하셨다. 경계에서 빛이 꺾이는 모습은 다양한 문학적 영감을 주지만 정작 꺾이는 원리가 궁금하시다는 것이었다. 광학을 공부하는 이공계 학생들도 굴절을 배운다. 굴절과 관련된 공식이 등장하고 기하학적 도형과 삼각함수도 나온다. 하지만 ‘굴절’이라는 현상에 대해 요구하는 문학적
김광석
2022.04.10 09:38
우주·물리
김광석 교수의 감성물리 (27) 파동 배합 레시피
소리는 파동이다. 파장이 긴 것은 저음, 파장이 짧은 것은 고음. 빛도 파동이다. 붉은빛은 파장이 길고 파란빛은 파장이 짧다. 그러므로 소리의 음계를 빛의 색과 연결시킬 수 있다. 주기로 분류해도 된다. 낮은 음과 붉은빛은 주기가 길고, 높은 음과 파란빛은 주기가 짧다. 유리컵에 물의 높이를 다르게 채우면 실로폰 같은 음
김광석
2022.04.03 10:33
우주·물리
김광석 교수의 감성물리 (26) 스트로보스코프와 토끼
하루 동안 천천히 일어나는 변화, 그것보다 더 느리게 변해가는 계절의 변화, 1년을 단위로 회귀하는 봄. 옛사람들은 이런 자연의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시간과 날짜의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태양 고도와 달 모양 변화를 관찰해 양력과 음력 혹은 둘을 혼합한 다양한 방식의 달력을 만들었다. 요즘 사람들은 양력 1월 1일에 사소
김광석
2022.03.28 11:38
우주·물리
김광석 교수의 감성물리 (25) 도메인과 화가 이 배
재불(在佛) 화가 ‘이 배’의 전시회에 간 적이 있었다. 그는 숯을 이용해 먹처럼 선과 점의 형상을 그리기도 하지만 숯의 조각들로 평면이나 입체 구조물을 만들기도 한다. 여러 작품 중 평면에 사각 조각들을 끼워 맞춘 작품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높은 하늘에서 내려다본 밀집도 높은 구도심 주거지역의 흑백사진 같아
김광석
2022.03.19 14:02
우주·물리
김광석 교수의 감성물리 (24) 소용돌이 손
힌두교나 동남아 불상들은 여러 개의 손을 가지고 있다. 불교의 ‘천수관음보살’도 세상 사람들의 다양한 사연을 보고 돕기 위해 천 개의 눈과 천 개의 손을 가지고 있다. 힌두교나 불교 문화권 국가에는 이런 이미지를 춤으로 표현한 전통무용도 존재한다. 즉, 한 사람이 여러 개의 팔을 등에 부착하거나 한 사람 뒤에 여러 명이
김광석
2022.03.12 10:29
우주·물리
김광석 교수의 감성물리 (23) 쌍극자
중동과 동양 문화권의 신화는 창조와 파괴의 신, 빛과 어둠의 신, 양과 음처럼 대립적인 두 존재를 통해 우주 창조를 묘사한다. 대립된 두 존재에 대해 선과 악이라는 도덕적 가치를 부여하는 경우도 있지만 둘을 단지 속성이 다른 존재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 물질적 대상을 다루는 물리학에서도 전기력의 양(+)과 음(-)의
김광석
2022.03.04 14:17
우주·물리
김광석 교수의 감성물리 (22) 두 개의 다른 세상
금단의 열매를 기어이 따먹은 아담에게 신이 물었다.“너는 어디에 있느냐?” 처음으로 부끄러움을 알게 된 이 커플은 아마도 대답할 경황조차 없었겠지만, 과학은 위치 정보에 대해 오차까지 알려주기를 요구한다. 만약 신이 약속과 욕망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어 똑같은 환경을 지닌 백만 개의 에덴동산을 준비해
김광석
2022.02.24 15:34
우주·물리
김광석 교수의 감성물리 (21) 음의 온도
추위에 떨다 뜨거운 욕조에 몸을 담그면 열이 몸속으로 스며드는 것 같다. 유사 과학자들은 ‘열’을 ‘기(氣)’와 혼용해 사용하기도 한다. ‘열기(熱氣)’라는 단어는 이미 일상의 언어 속에서 거부감 없이 사용되고 있다. 열은 작은 열 알갱이가 뭉쳐진 물질적 존재가 아니다. 열은 단지 에너지일 뿐이다. 사랑하는 이의 팔을 잡
김광석
2022.02.18 10:29
우주·물리
김광석 교수의 감성물리 (20) 컬링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동안 대한민국은 컬링(Curling)이라는 단어에 익숙해졌다. 맷돌처럼 손잡이가 달린 돌덩이를 얼음판에 냅다 던지고 열심히 빗자루질까지 해대는 낯선 경기 장면은 규칙조차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파죽지세로 결승까지 올라간 ‘Team Kim’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어느새 TV 앞에서 함께 ‘영미’를 목
김광석
2022.02.1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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