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명촌리 사계(四季) 7 : 봄날은 간다 - 살구꽃이 피면 돌아온다던
이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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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0 12:59 | 최종 수정 2021.05.01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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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꽃이 필 때면 돌아온다던
내 사랑 순이는 돌아올 줄 모르고
서쪽하늘 문틈 새로 스며드는 바람에
떨어진 꽃냄새가 나를 울리네.
가야해, 가야해 나는 가야해
순이 찾아 가야해
가야해, 가야해 나는 가야해
순이 찾아 가야해...
아주 오래 된 나훈아의 노래처럼 살구꽃이 피었습니다. 어릴 적에 살구꽃 안 피는 마을이 어디 있고 스무 살 시절에 순이를 사랑하지 않은 사내가 어디 있으랴만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살구꽃이 피면 문득 가슴이 먹먹한 이 설렘, 그리움이란 이름의 이 오랜 향토병은 한국의 사내들만의 고질병일까요?
그럼 나훈아의 순이는 어느 봄날에 살구꽃이 환하게 핀 고향마을로 돌아왔을까요? 아마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 나훈아도 아닌 시골영감이 노래를 불러도 이렇게 가슴이 짠한 것을 보면.
그러면 나훈아는 정말 순이를 찾아 떠났을까요? 정답은 아닙니다. 그렇게 쉽사리 찾아낼 순이라면 그토록 애타게 찾지도 않았겠지만 그렇다고 단숨에 찾아 나설 용기를 가진 사내는 시인도 가수가 될 수도 없는 그냥 평범한 영감이 되었을 테니까요.
아아, 올해도 살구꽃은 피는데, <18세 순이>는 서글프기만 한데 여전히 눈부신 이 봄을 어찌 해야 좋을지...
◇이득수 시인은
▷1970년 동아문학상 소설 당선
▷1994년 『문예시대』 시 당선
▷시집 《끈질긴 사랑의 노래》 《꿈꾸는 율도국》 《비오는 날의 연가》 등
▷포토 에세이집 『달팽이와 부츠』 『꿈꾸는 시인은 죽지 않는다』 등
▷장편소설 「장보고의 바다」(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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