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 일홍에게 - 목경희

목경희 승인 2021.08.06 12:45 | 최종 수정 2021.08.07 10:27 의견 0

일홍에게
                  목경희 


긴 꽃줄기 끝에 매달려
겹겹이 싸인 꽃잎 한 잎, 한 잎
백일 동안 꼿꼿한 모습으로
불볕더위를 참아낸다

동백기름 한 방을 흘려
참빗으로 머릿결 다듬고
옥빛 비녀 꽂은 듯
흐트러짐 없는 백일홍

뜨거운 땡볕 아래 
하늘과 땅을 이고 지고
그리움 안고 서 있다

고난의 행군도, 사랑의 맹세도
인제 그만 허물어 버려라

소낙비 내리는 날, 미친년처럼
긴 머릿결 풀어 흔들어 보아라
흩뿌리는  빗방울에서 떨어지는
자유를 온몸으로 느껴봐

때로는 흐트러짐이 너를 살릴 수도 있어
긴장의 끈을 그냥 스르륵 놓아보아라

<시작 노트>
백일홍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항상 혼란스러웠다.
이쁘긴 한데 정이 가지 않는 너무 깍듯한 모범생 같기도 하고, 
성형미인처럼 너무 다듬어진 듯한 이목구비에 선뜻 다가서기 쉽지 않았고, 
때론 반듯하게 쪽진 조선 시대 여인 같기도 했다.
숨이 막히는 듯한 답답함을 느껴 그녀의 옷고름을 풀어 헤치고 
가슴을 옥죄고 있는 치마끈도 풀어주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했다.

윤슬 목경희
윤슬 목경희

◇목경희 시인은

▷해외문학 시부문 신인상을 수상 
▷제1회 시카코 한인여성회 편지쓰기 공모전 입상
▷2020년 한양문학 시부문 최우수상 
▷문예마을 수필 부문 신인상
▷대한 시문학 시인마을 시부문 신인상
▷예지문학회원, 해외문학회원, 문예마을 정회원, 한양문학 정회원
▷동인지 ’시야시야 - 시선‘ 정회원
▷1980년 도미, 현재 미국 시카코에 거주
▷목경희·목경화 '자매 시집' 《그리움의 빗장을 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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