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 묵은지 사랑 / 목경희 

목경희 승인 2021.01.11 22:11 | 최종 수정 2021.01.13 11:03 의견 0

묵은지 사랑 / 목경희 

눈 내리는 하얀 밤
장독 위에 앉은 눈을 쓸어내리고
묵은지를 꺼내오는 어린 소녀가 있다

따뜻한 아랫목 이불 속에
사 남매 발을 파묻고
기타 반주에 맞춰 노래 부르던 겨울밤

톡 쏘는 사이다 맛은 아니어도
오래되어 낡은 외투같이
편안하고 곰삭은 그리움

샤갈의 눈 내리는 마을처럼
사랑도 슬픔도 켜켜이 쌓여
녹아내린 깊은 맛의 묵은지 사랑이 그립다

<시작노트>

샤갈의 눈 내리는 마을처럼 눈이 내리면 어릴 적 단발머리 소녀로 돌아간다
"갱희야 김치 한 포기 꺼내온나" 하시던 엄마의 말씀이 생각난다

묵은지 사이에 박혀있던 무를 꺼내서 입에 물고 들어가면 엄마는
김이 나는 밥솥에서 밥을 푸고 계셨고 동생들은 여전히 방 안에서 낄낄거리며 노래인지, 수다인지 모를 장난이 오고 가던 시절이 생각난다.

윤슬 목경희

◇목경희 시인은
▷해외문학 시부문 신인상을 수상 
▷제1회 시카코 한인여성회 편지쓰기 공모전 입상
▷2020년 한양문학 시부문 최우수상 
▷문예마을 수필 부문 신인상
▷대한 시문학 시인마을 시부문 신인상
▷예지문학회원, 해외문학회원, 문예마을 정회원, 한양문학 정회원
▷동인지 ’시야시야 - 시선‘ 정회원
▷1980년 도미, 현재 미국 시카코에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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