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내게 준 선물 (17) - 공부의 기술(study skill)

나의 교단일기 / 부산시교육청 교육정책연구소장

이미선 승인 2021.08.12 16:10 | 최종 수정 2021.08.15 15:09 의견 0
2008년 3월 당시 동래교육청 장학사였던 필자의 '학습기술' 특강 [디지털 국제신문 캡처]

* 공부에도 기술이 있다.

대부분의 학부모 마음 한구석에는 우리 아이가 학교에 가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열심히 공부해서 우수한 결과를 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물론 건강하고 안전하게 학교를 다녀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지만, 공부에 대한 욕심을 갖지 않기도 어렵다. 담임을 하면서 안타까웠던 것 중 하나는 꼴찌를 하는 아이도 학원에 다닌다는 거였다. 부모님께 조심스럽게 물었다. 학원을 왜 보내느냐고. 그 부모님 말씀은 계속 꼴찌를 하면 안 되기 때문이란다. 일견 이해가 되었지만, 그 정도면 공부에는 기대를 버리고 다른 일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교직 경험으로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계속 억지로 하는 것은 부모, 아이 서로가 힘들고 지치는 일이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타고나는 것일까? 교육학자들과 교육에 몸담고 있는 이들의 오랜 숙제이다. 학자에 따라서는 학습자 요구를 충분히 분석하고 그에 맞는 맞춤식 수업을 하면 완전학습이 이루어진다고 믿는 사람도 있고, 유전적 요인이 거의 좌우한다고 보는 사람도 있고, 부모의 사회경제적 요인이 결정적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아이들과 오랫동안 생활하면서 공부도 일정 부분 타고난 하나의 재능임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부모의 사회경제적 변인만이 아니라 학교와 사회환경 역시 중요하고,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교육을 받으며 성장하느냐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대학원에서 나는 ‘교육방법 및 교육과정’을 전공했고, 석사 논문을 ‘학습우수아들의 학습기술’에 대해 썼다. 아이들과 상담하면서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이 다름 아닌 성적이어서 ‘어떻게 아이들을 도와주어야 그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덜어줄까?’ 하는 관심 때문에 연구하게 되었다. 연구를 통해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나름의 전략과 기술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공부하는데도 기술이 있다는 것이다. 소위 ‘공부하는 방법을 공부’하는 ‘학습기술(study skill)’이다. 학습기술과 학업성취도 사이에는 정적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보고서들이 있고, 미국의 일부 학교에서는 선택과목으로 ‘학습기술’을 따로 가르치기도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학습기술에는 시간과 공간, 자료관리, 인간관계 등을 관리하는 자리관리기술, 수업을 듣고 참여하는 기술, 읽고 쓰면서 과제를 해결하는 기술, 정보를 받아들이고 처리하는 기술, 시험을 준비하고 치는 기술 등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읽기 기술의 예를 들면, 교과서를 읽을 때 제목을 먼저 읽고 핵심 단어에 동그라미 쳐 가면서 읽고 처음 문장과 마지막 문장을 주의 깊게 보는 것, 그림이나 도표 등을 잘 살펴보는 것 등이다. 시험 준비 기술에는 시험 치기 전 목표를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적고 계획을 세밀하게 세운다. 시험을 칠 때도 시간 안배라든지, 쉬운 문제부터 푼다든지 등의 전략이 있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에게 가장 뛰어난 기술은 ‘자기관리 기술’이고, 그 다음이 ‘시험 준비 및 치기 기술’이었다. 학습기술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필자가 쓴 2008년 국제신문에 10회에 걸쳐 쓴 ‘이미선 장학사와 함께하는 학습기술’ 칼럼을 참고하거나, 2017년 부산일보와 인터뷰한 ‘이미선 장학관에게 듣는 학습기술’ 이라는 5회에 걸친 교육 기획 시리즈물을 참고해도 좋다.

국제신문(2008년)과 부산일보(2017년)에 연재된 필자의 '학습기술' 기획기사

* 공동 창조의 시대를 맞아

아이들은 제각기 재능을 갖고 태어난다. 법정스님 말씀처럼 이 세상에 올 때 제각기 씨앗을 들고 오는 것이다. 그 씨앗이 제대로 싹을 틔우고 꽃 피우며 열매 맺기 위해서는 알맞은 땅, 햇빛, 물, 바람, 정성이 필요하다. 각기 다른 씨앗을 가지고 온 아이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알맞은 땅과 자양분을 제공하는 것이 바로 교육이다.

끝나지 않는 코로나와 더운 여름을 이겨내는 학생들과 부모님에게 조금의 팁이라도 줄까 해서 이 주제로 글을 썼지만, 공부 잘하는 것을 지나치게 중요하게 여기는 우리 사회 인식은 분명 달라져야 한다. 앞서가는 기업들은 이미 인재를 보는 눈도 선발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앞으로의 사회는 한 명의 천재가 이끄는 세상이 아니라 공동 창조의 시대이다. 각기 다른 재능을 가진 ‘토끼와 거북이’를 어느 한쪽에 유리한 방식으로 경주시킬 일이 아니라, 토끼의 강점과 거북이의 강점을 각각 살리면서 협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둘 다 만족하면서도 더 높은 성취를 이루어낼 수 있다.

공부를 잘하는 것도 하나의 재능이지만, 공부에 재능이 없는 아이들도 모두 다 소중하고 존엄한 존재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타고난 씨앗을 알아보고 각각의 색깔로 피어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우리 어른들이 할 일이다.

우리의 귀한 아이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로 세상을 빛나게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게 나의 꿈이고, 이 자리에 있는 이유이다.

이미선 소장

◇ 이미선 소장 : ▷중등교사 22년 ▷부산시교육청 장학관 ▷중학교 교장 ▷교육학 박사 ▷현 부산시교육청 교육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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