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내게 준 선물 (18) - ‘공부의 신(神)’이 전해주는 꿀팁

나의 교단일기 / 부산시교육청 교육정책연구소장

이미선 승인 2021.08.20 10:30 | 최종 수정 2021.08.21 17:00 의견 0
학생들에게 법조인 관련 진로 특강하는 윤주

“안돼요, 선생님. 저는 꼬~옥 서울법대 갈거예요.”

초임 교사 때, 자정만 되면 울리는 전화벨 소리 때문에 놀라 며칠간 잠을 설친 기억이 있다. 그 시절 우리 집 거실 벽에는 시간마다 울려대는 뻐꾸기시계가 있었다. 자정을 알리는 12시, 뻐꾸기 우는 소리와 동시에 우리 집 전화벨이 울렸다. 잠결에 무심히 받았는데 “거기 장의사이지요?” 하는 음침한 목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깜짝 놀라 아무 말도 못하고 끊었다. 한 사흘 계속 그런 전화를 받아 잠을 못 잤다고 이야기를 꺼냈더니, 옆에 있던 남자 선생님이 “그거 보나마나 우리 학교 어떤 놈이 장난질하는 전화입니다. 오늘 밤 기다렸다가 전화 오면 이렇게 해 보이소.” 하면서 비법을 알려주었다. 그날 밤도 어김없이 밤 12시와 함께 전화가 오고 “거기 장의사지요?” 하길래, 그 남선생님이 가르쳐준 대로 처녀 귀신 목소리를 흉내 내어 “아니요∼ 여기 화장터예요. 시체 가지고 오세요.” 했더니, 상대방이 놀라 전화를 끊었다. 장난 전화가 확실했다. 학교에 있다 보면 별별 아이들과 사건을 만나게 된다.

20여년 전 어느 날 자정 무렵 전화벨이 울렸다.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았더니, “선생님, 저 윤주예요. 통화해도 돼요? 늦은 시간 죄송해요.” 하면서 울기 시작했다. 한참을 울다가 “선생님, 듣고 있어요?”

“그래 윤주야, 듣고 있다. 다 울었어?”

“네 선생님, 한참 울고 났더니 속상함이 많이 가라앉았어요.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늦은 시간 죄송해요.” 이러는 것이었다.

“아니야, 속상할 때 전화해줘서 고맙다. 힘들 때 찾을 수 있는 선생님이라니, 오히려 내가 감사한 일이지. 앞으로도 어려울 때 언제든 전화해도 돼. 늦었다. 어서 자거라.”

고3 수능을 앞두고 불안하기도 하고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있나 싶어 걱정도 되었지만, 워낙 강인하고 총명한 아이라 잘 이겨낼 거라 믿었고 예상대로 거뜬히 고개를 넘어갔다.

윤주는 뜻대로 되지 않으면 속상해하고 펑펑 울기도 했지만, 끝내 이겨내고 목표도 이루고야 마는 아이였다. 판사가 되어 정의로운 세상을 만드는데 이바지하고 싶다는 ‘꿈’을 학창 시절부터 분명히 하고 있었다. 어느 날은 성적이 생각대로 안 나와 자신이 목표로 하는 서울법대를 못가면 어떡하냐고 걱정을 하길래, “윤주야 꼭 서울법대 안 가도 되지 않냐.” 했더니 “안돼요, 선생님. 저는 꼭 서울법대로 진학할 거예요.”라며 강한 어조로 그 이유까지 분명하게 설명했다. 생생하고 구체적인 꿈은 이루어진다더니 그는 결국 목표하던 서울법대에 가고, 졸업도 하기 전에 사법고시도 합격해 판사가 되었다. 윤주는 총명함, 애살, 강한 의지, 포기하지 않는 실천력까지 똘똘 뭉쳐진 그야말로 보기 드문 비범한 아이였다.

“제 공부 비법은요......”

워낙 공부도 잘하고 이루고자 하는 목표도 척척 달성하는 윤주를 보면서,

“윤주야. 너는 어떻게 그렇게 공부를 잘하냐. 공부하는데 무슨 비법이 있으면 좀 알려주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알려주게.” 이랬더니,

“제 주위에도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대체로 비슷한 공부 방식을 갖고 있어서 비법이라기는 그렇지만 저 나름의 꿀팁 몇 개 알려드릴게요.”

윤주가 말한 꿀팁을 몇 개 공유한다.

  • 자신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종이에 적는다.
  • 자신의 목표를 가족이나 주위의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말하고, 집과 학교 책상 등 잘 보이는 곳에 붙여둔다.
  • 국어, 수학, 영어 교과는 밥을 먹듯이 매일 공부하는 습관을 들인다.
  • 미리 예습하고, 모르는 부분은 표시해두면 수업에 자연히 적극 참여하게 된다.
  • 예습해서 알고 있는 내용이라도 선생님은 원리를 말씀해주시기 때문에 수업 시간을 놓치지 않는 게 매우 중요하다.
  • 수업이 끝나면 한 줄 쓰기로 노트를 정리하고, 배운 내용은 바로 복습한다.
  • 오답노트를 작성하여 틀린 문제는 이유를 분석하고 정리해 둔다.
  • 시험을 준비할 때는 계획을 날짜별, 과목별로 구체적으로 세우되,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여유를 둔다. 그래야 제때 하지 못한 진도를 포기하지 않고 챙길 수 있다.
  • 공부가 뜻대로 잘 안될 때는 스톱워치를 사용하여 실제 공부한 시간만 재어보는 것도 동기부여가 된다. 그러면 어제보다 오늘 5분만 더해 보자는 의지가 생긴다.
  • 자신이 목표한 분량보다 조금 더하는 습관을 지닌다.
  • 목표를 이룬 모습을 상상하며 자신에게 보상할 것도 적어두고, 목표를 달성하면 스스로 성취를 이룬 자신에게 일정한 보상을 해준다.

꿀팁이라고는 하지만 전혀 몰랐던 방법은 거의 없다. 문제는 실천이다.

판사가 되어서 찾아왔을 때, 대단하다는 내 말에 윤주는 “선생님, 이루고 보니 정말 좋긴 한데, 솔직히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어요.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요. 심지어 이렇게나 공부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면 차라리 죽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할 정도로 공부했던 거 같아요.”

판결을 마치고 법정에서
판결을 마치고 법정에서

이 말을 듣고, 그동안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싶어 가만히 안아주었다.

그저 이루어지는 일은 없고, 공짜로 이루었다면 나중에 대가를 요구하거나 머지않아 무너진다는 걸 오래 살다 보면 눈으로 직접 확인하게 된다.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며 꿈을 이루어가는 그의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목표로 하는 대학에 진학하고 원하는 직업을 갖는 것은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이다. ‘개개인의 존엄성이 지켜지는 사회, 정의가 승리하는 세상’을 만드는 데 이바지하는 게 윤주의 진짜 ‘꿈’이다. ‘우리가 더 좋은 세상을 만들 것인지, 아니면 여기 그대로 머물 것인지’ 미셜 오바마의 말을 떠올리며,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윤주의 ‘꿈’을 응원한다.

사람을 키우고 지켜주는 일, 참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

이미선 소장

◇ 이미선 소장 : ▷중등교사 22년 ▷부산시교육청 장학관 ▷중학교 교장 ▷교육학 박사 ▷현 부산시교육청 교육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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