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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나의 생각
강동완 교수의 '북중접경 5000리를 담다' (25-끝)양강도 혜산시에 이른 아침 해가 떠오른다
양강도 혜산시에 이른 아침 해가 떠오른다.굴뚝마다 매캐한 연기 자욱 피어나고 따스한 온기는 압록강 칼바람을 막아낸다. 몽글몽글 피어나는 연기가 지난밤 아무 일 없이 또 하루를 살아냈음을 하늘에 고하는 것 같다. 자욱한 연기와 안개로 뒤덮였지만 어슴푸레 사람이 살아가는 흔적을 보여준다. 무채색의 희뿌연 동네 어귀에 형형색색
강동완
2019.01.22 14:06
생활법률
강동완 교수의 '북중접경 5000리를 담다' (24)장마당을 지나는 택시
집집마다 지붕위로 난 굴뚝에 한가득 연기가 피어오른다.아침 해가 막 떠오르기 전, 밥짓는 연기일까 아니면 잠시라도 따스할 집을 위해 난방을 해서일까. 앞을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연기가 온 마을을 휘감는다. 빨간 해가 떠오르고 연기가 걷히자 집들 사이로 난 골목에 시장(장마당)이 보인다. 하나둘씩 집앞에 물건을 펼쳐놓고 손
강동완
2019.01.18 15:36
나의 삶 나의 생각
강동완 교수의 '북중접경 5000리를 담다' (23)산간 마을을 지나는 버스
산간마을 옥수수밭 사이로 버스 한 대가 지나간다.산골 비포장도로를 천천히 오르내리는 버스에 사람들이 빼곡하다. 먼 길을 하염없이 걷거나 자전거에 의지해 겨우 이동할 수 있는 산속 시골마을이라 그런지 버스 한대가 왠지 정겹기까지 하다. 파아란 가을하늘 빛을 닮은 듯 흰색 바탕에 파란색 줄을 그었다. 낡고 녹슬어 타박타박 걸
강동완
2019.01.14 20:45
나의 삶 나의 생각
강동완 교수의 '북중접경 5000리를 담다' (22)14살의 김일성 동상과 소녀
압록강 건너 어렴풋이 황금색 동상이 시야에 들어왔다. 꽤나 강폭이 넓음에도 그 형상을 또렷이 볼 수 있으니 대략 그 크기를 짐작만 했다.마침 그 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동상 아래로 걸어왔다. 혁명사적지를 답사하는 소년단 아이들이었다. 동상의 발 아래에 선 아이들의 모습과 비교하면 동상의 규모는 실로 거대했다. 14살의
강동완
2019.01.11 17:59
나의 삶 나의 생각
강동완 교수의 '북중접경 5000리를 담다' (21)압록강 얼음 빨래터
‘손이 시럽다’는 표현만으로는 아무래도 부족하다.차디찬 압록강 물에 손가락 하나 잠시 담갔을 뿐인데 손마디가 떨어져 나갈 만큼 아렸다. 살갗에 닿은 바람이 따가울 정도로 추위는 매서웠다. 장엄한 물줄기를 자랑하며 유유히 흐르는 압록강도 일렁이는 물결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런 추위에 북녘의 여성들은 두꺼운 얼음장을 깨고 빨
강동완
2019.01.07 18:26
나의 삶 나의 생각
강동완 교수의 '북중접경 5000리를 담다' (20)군인들의 겨울나기
방금 구워낸 듯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고구마를 한 입 베어 무는 군인과 마주했다.두꺼운 털모자를 두르고 솜옷마냥 두꺼운 군복을 덧입었다. 뼛속을 에이는 압록강변 삭풍에 온몸이 얼어붙을 지경이다. 차디찬 강바람에 빨갛게 달아오른 두 볼 사이로 호호 불며 까먹는 군고구마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간식이 될 터이다. 초소를 지키는
강동완
2019.01.03 16:39
나의 삶 나의 생각
강동완 교수의 '북중접경 5000리를 담다' (19)새해 첫날, 신의주의 일출
중국 단둥(丹東)은 북한의 신의주와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맞닿아 있다. 동쪽의 붉은 도시라 해서 단둥이라 했다. 하지만 세상을 붉게 물들이는 찬란한 햇살은 단동이 아니라 신의주에서 장엄하게 솟구친다.2019년 새해를 여는 이른 아침, 북녘땅 신의주의 여명과 일출을 사진에 담았다. 희뿌연 구름 사이를 뚫고 찬란한 빛으로 압
강동완
2019.01.02 02:32
나의 삶 나의 생각
강동완 교수의 '북중접경 5000리를 담다' (18)화물차 위의 사람들
화물차가 가는 곳에는 항상 사람들이 빼곡하다.변변한 교통수단 하나 없이 살다 보니 사람들에게 화물차는 최고의 운송수단이다. 애어른 할 것 없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어디론가 향한다. 군인도 짐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마저도 인심이 좋아서 지나가는 차를 공짜로 얻어 탄 게 아니다. 누군가는 탈 것이 필요하고 또 다른 누
강동완
2018.12.26 21:49
나의 삶 나의 생각
강동완 교수의 '북중접경 5000리를 담다' (17) 압록강에 일렁이는 고뇌
압록강 물결을 헤치며 한 척의 배가 지나간다.갑판위에 선 채 골똘히 사색에 잠긴 한 사내의 고뇌가 물결에 일렁인다. 무엇이 그리도 그로 하여금 깊은 상념에 잠기게 했을까. 북한과 중국이 공동 관리하는 강물이니 경계선은 그어져 있지 않다. 자유로이 물살을 가르지만 넘어서는 아니 될 이념의 장벽만은 견고하다. 뱃머리에 붉은
강동완
2018.12.20 22:41
나의 삶 나의 생각
강동완 교수의 '북중접경 5000리를 담다' (16)건설 현장
한 장 두 장 벽돌을 포개고 엎어 고층건물 하나 강변에 우뚝 섰다.하늘에 닿을 듯 높다란 건물이 위용을 뽐낸다. 회색빛 콘크리트의 견고함마냥 튼실해 보이지만 비뚤비뚤 사람의 손으로 일일이 쌓고 다졌다. ‘만리마 속도전’이라는 선동구호 아래 밤낮없이 인력을 동원하고 제대로 된 안전장비 하나 갖추지 못한 채 외벽에 매달렸다.
강동완
2018.12.18 18:15
나의 삶 나의 생각
강동완 교수의 '북중접경 5000리를 담다' (15)북조선에서 여성으로 살아가기
11월의 압록강변에 매서운 겨울바람이 내려앉았다.어머니로 살아가야 하는 억척스러움 때문일까, 아니면 여성들에게 나라의 꽃이라 치켜세우며 영웅이 되라하는 선전 때문일까. 북한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건 순간순간을 견뎌내야 하는 고통의 연속인 듯하다. 한줌의 배추를 등에 짊어지고 수 십리를 걸어가는 여성, 꽁꽁 얼어붙은 땅에서
강동완
2018.12.11 23:36
나의 삶 나의 생각
강동완 교수의 '북중접경 5000리를 담다' (14)국경을 지키는 군인과 개
압록강 기슭마다 촘촘히 드리운 철조망을 넘어 빨래를 하러 다니는 아낙네를 봤다.집 앞에 흐르는 강물이지만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는 건 아니다. 국경을 지키는 국경경비대가 허락해 주는 시간에만 겨우 오갈 수 있다. 머리에 빨래를 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감시자를 만났다. 총 한자루 둘러 맨 군인의 얼굴이 아직 앳되어 보인
강동완
2018.12.07 17:37
나의 삶 나의 생각
강동완 교수의 '북중접경 5000리를 담다' (13)연탄 만드는 사람들
양강도 혜산시 혜탄동은 이름 그대로 석탄이 많이 나는 지역이다.마을 한켠에 큰 석탄공장이 우뚝 서 있고 개울가에는 시커먼 물이 연신 흘러든다. 지난 가을, 혜탄동을 지나며 이른 겨울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석탄공장에서 가져온 석탄가루를 수작업으로 일일이 찍어서 연탄을 만들고 있었다. 석탄가루에 물을 조금 뿌리고 틀에
강동완
2018.12.04 23:43
나의 삶 나의 생각
강동완 교수의 '북중국경 5000리를 담다' (12)붉은 깃발 따라 걷는 소년들
한 무리의 아이들이 산비탈길을 걷는다.저마다 한 짐의 배낭을 짊어지고 붉은 깃발 높이 든 선두를 따라간다. 배낭에 달린 하얀색 표지가 눈에 띄었다. 사진을 확대해 보니 '총폭탄', '일당백', '백두의 혁명정신'이라 쓴 글귀가 보였다. 각오를 다지는 구호일까?
강동완
2018.12.02 21:33
나의 삶 나의 생각
강동완 교수의 '북중접경 5000리를 담다' (11)압록강의 배추전투
11월의 압록강변에 밤새 눈이 내렸다.북한의 김장은 강물에 배추를 씻는 배추전투에서부터 시작된다. 배추를 씻는 손마디가 차디찬 물가에 젖어든다. 얼음장처럼 시린 강물에 온몸이 얼어붙어도 자식들만을 위해서는 따스한 장갑 꼬옥 여며주었다. 동생의 입에선 입김이 서리고 누나는 고구마를 한 입 베어문다. 어김없이 찾아온 혹독한
강동완
2018.11.26 20:42
나의 삶 나의 생각
강동완 교수의 '북중접경 5000리를 담다' (10)엄마 등은 따뜻해
평안북도 삭주군 청수마을에 어김없이 겨울이 찾아왔다.밤새 소복이 쌓인 눈은 이곳이 이미 겨울임을 보여준다. 빨개진 볼에 입김이 서릴 정도로 시린 압록강변의 아침. 나란히 자전거 페달을 밟고 가는 두 사람은 부부같다. 아내의 등에는 두 사람의 소중한 사랑이 업혔다. 얼굴도 보이지 않은 채 꽁꽁 동여맨 엄마의 마음이 아이에게
강동완
2018.11.22 14:33
포토
강동완 교수의 '북중접경 5000를 담다' (9)개털외투를 입은 국경의 군인
뼛속을 에는 압록강 삭풍이 국경경비 초소를 휘감았다.이른 아침, 외투를 뒤집어 쓴 채 눈만 빼곡히 내어놓은 군인을 만났다. 초소에서 밤새 추위와 사투를 벌였을까? 이제 막 초겨울 언저리에 들어섰지만 북녘땅의 삭풍은 한겨울 칼바람만큼이나 매섭고 시린가보다. 개털외투는 북한에서 군인들만 입을 수 있다는 특별한 옷이다.
강동완
2018.11.19 15:46
나의 삶 나의 생각
강동완 교수의 '북중접경 5000리를 담다' (8)압록강 뗏목
아름드리 나무를 얽고 엮어 뗏목 하나를 만들어냈다.가을날 따사로운 햇살이 물살에 내려앉아 반짝반짝 길을 내어준다. 굽이치는 압록강 물길에 거친 삶의 숨소리가 뿜어진다. 뗏목 위에 위태롭게 서서 방향키를 잡은 사내들의 팔뚝에 핏줄기가 서린다. 뗏목은 본디 사람
강동완
2018.11.13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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